남북문제
전세계가 바라보는 29세의 미완의 김정은은?
뉴스종합| 2011-12-20 09:38
북한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29세의 젊은이가 있다. 2010년 9월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그는 갑자기 별 4개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등극했다. 지난해 9월 30일 노동신문에 공식적으로 그의 사진이 공개되기까지 그는 ‘얼굴’없는 베일속의 인물이었다.

김정일의 3남으로 젊은 시절 김일성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는 평을 듣는 김정은은 강한 카리스마와 승부욕을 지녀 ‘리틀 김정일’로 불린다. 

김정일의 측근이었던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와 김정일 위원장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가장 강한 유전자는 바로 끝없는 권력욕, 그것이다. 김 위원장은 어려서부터 권력욕이 강했고, 아버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김정은도 마찬가지였다. 농구시합을 하고 난 뒤에도 승패의 원인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는 총화의 시간을 가질만큼 승부에 집착했다. 후지모토씨는 김정은은 정치적 욕심이 있고 냉정하면서도 저돌적인 면이 있다고 평했다. 그는 “일곱 살 어린이가 마흔 살 어른인 나를 향해 쏘아보듯 날카로운 눈빛을 건넸다”고 그와의 첫 대면을 회고했다.

또 김정일은 죽기전 원활한 3대 세습을 위해 권력층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무색무취한 인물들만을 남겨놓고 나머지는 모두 숙청하는 사전작업을 지속해왔다. 서강대학교 김영수 교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봐라. 북한 최고 권력층의 공통점은 무색무취하고 권력욕이 없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타고난 권력욕과 2인자를 용납치 않는 북한의 정치체제, 그리고 철저한 사전정지작업을 거치긴 했지만 북한에서 3대세습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북한 권력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군부의 움직임에 따라 김일성 가계의 권력붕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19일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을 ‘위대한 영도자’ ‘위대한 계승자’ 등으로 표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우리 진두에는 김정은 동지꼐서 서 계신다”며 김정은이 새 지도자임을 선언해 김정은 후계작업을 공식화했다. 즉 아직까지는 김정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주변 세력들이 권력의 공백상태를 확고하게 조정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8년 가을 뇌경색에서 회복한 뒤인 2009년 1월 곧바로 후계자 선정 작업에 착수, 일본 밀입국 사건 등으로 눈 밖에 난 장남 정남과 유약한 성격의 차남 정철 대신 3남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후 그를 찬양하는 ‘발걸음’이라는 노래를 주민들에게 보급시키고 그가 다녀간 곳에 비석을 세우는 등 우상화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런 대대적인 선전전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을 ‘경험이 없는 애송이’로 불신하는 사람도 많다고 탈북자들은 전한다. 이를 의식한 듯 김정은은 할아버지인 김 주석의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 등을 따라하며 할아버지의 후광을 이용하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일각에서는 그가 김주석의 외모를 닮기 위해 체중을 늘리고 성형수술까지 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김정일 사후 후계자로 올라선 지 3년 남짓에 불과한 김정은이 넘어서야할 산은 많다. 특히 아직 나이가 젊은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장성택 등 지원그룹의 후원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당·정·군을 김정은 측근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상당수 구세력이 권력의 핵심부에 존재하고 일부는 김정은의 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조선시대 단종을 몰아낸 세조처럼 돌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는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김정일의 후견인 역할을 맡았지만, 김정일 사후에도 젊은 김정은을 바라보며 후견인 역할에 만족할 지 의문이기때문이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