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김정일 사망 한달..北, ‘집단지도체제’로 외형 안정
뉴스종합| 2012-01-15 12:54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이후 한달 만에 북한의 새 지도부는 표면적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다만, 김 위원장을 구심점으로 노동당과 군이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움직인 과거의 ‘일인지배체제’와는 달리,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경우 장성택 부위원장과 군부가 무시못할 권력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지난 3일 도쿄신문에 보낸 이메일에서 “젊은 후계자(김정은)를 상징으로 존재시키면서 기존의 파워 엘리트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가 사실상의 집단지도체제로 첫 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김 부위원장이 현재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이고 후계수업 기간도 3년에 불과해 북한 지도부가 김 위원장 때처럼 모든 권력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정권 수립 이래 김일성 일가의 세습체제에 익숙해 있는 현실에서 누구도 김 부위원장을 제치고 최고영도자에 오를 명분도 힘도 현재로선 없다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김정일 시대의 권력 실세들이 김 부위원장을 권력의 정점에 상징적으로 내세운 채 서로 협력하며 국정운영을 해나갈 수밖에 없는 게 김정은 시대 지배권력의 현주소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주목되는 권부의 핵심인물은 장성택 부위원장이다.

장 부위원장은 2008년 8월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부터 3년 5개월간 김 위원장을 직접 보좌하며 국정 전반을 운영해왔고, 현재도 사실상 섭정체제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15일 “리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석연찮은 교통사고로 사망함으로써 북한 사회 전반을 속속들이 감시 통제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노동당은 장 부위원장의 영향력 아래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 부위원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군부다.

선군정치로 막강한 힘을 키운 군부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도 김 위원장의 와병을 틈타 저마다 영향력 확대를 꾀하면서 장 부위원장을 견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새 지배권력의 안정적인 모습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김정은과 권력엘리트, 권력엘리트 내부의 상호관계가 변화하면서 위기에 봉착할 개연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