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EU 원유에 이어 금까지 거래금지... 한국, 비석유부문도 압박받을까
뉴스종합| 2012-01-25 10:19
유럽연합(EU) 27개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합의,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함에 따라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 정부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EU는 원유 외에도 이란과의 귀금속 거래까지도 금지하기로 해 미국이 비석유부문에 대해서도 동참 요구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외무장관 회담에서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에 공식 합의한 EU 회원국들은 오는 4월부터 이란산 석유화학제품 수입을 금지하고, 7월에는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EU는 또 이란 제재 수위를 높이기 위해 이란과의 귀금속 거래도 금지했다. 최근 수년간 서방 제재에 대비키 위한 대체 결제 수단으로 금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이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EU가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에 전폭적인 동참 의지를 보이면서 석유에 이어 귀금속 거래금지까지 한발 더 나가자 정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란과의 교역은 크게 석유부문과 비석유부문으로 나뉘는데, 현재까지 미국측은 한국에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한 동참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EU의 사례를 들어 비석유 부문에 대한 이란 제재 요구까지 더해질 경우, 국내 기업들에 미칠 타격은 만만치 않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말 이후 이란 수출이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 현대ㆍ기아차는 지금까지 이란에 현지 딜러를 통해 완성차를 판매하거나, 반조립상태로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판매하는 방식을 취해왔는데, 지난해 11월 조립을 위한 부품공급도 멈춘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의 이란 시장 점유율은 TV가 60% 이상, 휴대폰 30%, 세탁기와 냉장고도 각각 10%를 넘는다. 지금까지는 수출에 큰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계속 여부는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정전자와 LG전자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정부에 업계의 사정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달러 대신 원화로 이란과 무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석유부문 제재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중재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중간선’을 정하기는 쉽지 않은 고민이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카드로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중동산 원유 운송의 주요 항로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원유가는 단숨에 배럴당 150~200달러로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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