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순례자 많은 시나이반도도 위험…여행경보 발령
뉴스종합| 2012-02-12 11:34
한동안 잠잠했던 중동 피납 공포가 다시 살아났다. 다행히 29시간 만에 풀려나긴 했지만 이집트에서 발생한 우리 관광객 납치 사고는, 민주화 진통이 진행 중인 이들 중동 지역이 아직 안전지대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외교통상부는 12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대한 여행경보를 ‘여행제한’을 의미하는 3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긴급한 용무가 아닌 이상 현지 채류 중인 우리 국민은 모두 해당 지역을 즉각 벗어나도록 권고하고, 여행 또는 출장 계획이 있던 국민들도 연기나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이집트대사관에 즉시 비상대책 현장본부를 가동했으며, 이집트 외교부 및 경찰 당국에 피랍된 우리 국민의 안전확보를 위한 신속하고도 공정한 수사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번 사태가 빠른 시간에 해결된 점에 안도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제2, 3의 유사 피랍 사고 발생 우려는 여전이 높다고 경고했다. 시나이반도에서는 최근 이집트 정부에 처우 개선이나 수감된 동료 석방 등의 요구 조건을 관철하려는 베두인족 무장세력의 외국인 납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시민혁명 이후 현지 치안은 아직 안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시나이반도에서는 지난 주에도 미국인 여성 2명과 이집트인 가이드가 베두인족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가 수 시간만에 풀려났고, 지난 9일에는 이집트 경찰관 19명이 일시 억류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집트의 전체적인 치안 상황도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 9일에는 수도 카이로에서 민박집을 운영 중인 50대 우리 교민이 타흐리르 광장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교민은 시위대 근처를 지나던 중 부상을 입은 현지인의 응급 처치를 도왔을 뿐이라 항변하고 있지만, 석방후 추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현지 우리 대사관은 전망했다. 또 시리아 등 다른 중동 지역 역시 연일 정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이집트, 특히 시나이반도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산이 있다는 이유로 성지순례에 나선 우리 관광객은 지난달에만 약 2000명에 달했다. 예년보다 약 30% 줄어든 숫자지만, 이집트 전체 관광객 감소폭인 60%에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여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납치 사건에도 불구하고 시나이반도 성지순례를 예정대로 하겠다는 한국 단체관광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기적적으로 29시간만에 풀려난 이들 관광객 역시 “바로 입국하지 않고 웬만하면 일정을 다 소화하고 금요일에 입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