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에너지대사 폐지 없던일로... 고위직 보전 ‘꼼수?’
뉴스종합| 2012-02-14 10:51
외교통상부가 에너지자원대사직을 기존대로 두기로 한 것은 외교부가 CNK 주가조작 의혹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늠케하는 지표다. 조직의 문제라기 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사안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행태로 분석된다.

외교부의 이런 판단은 사안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던 올해 초부터 감지됐다. 외교부는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가 있기 이전인 지난달 중순께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의 직무를 정지했다. 관련 감사가 진행중인데도 불구하고 김 전 대사의 직무를 정지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논란을 ‘개인 문제’로 축소한 뒤 ‘희생양’을 제단에 올려 조직을 보호하는 ‘꼬리자르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감사원 발표 이후 나온 김성환 외교부 장관의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발언 역시 보는 시각에 따라 ‘책임 질 일이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교부는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당하면서 장관 사퇴 여부까지 논란 거리가 됐지만 현재는 모두 ‘없던 일’로 마무리됐다.

고위직 자리를 보전하려는 조직 이기주의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부는 현 정부 첫해인 지난 2008년 에너지자원대사와 기후변화대사 등 2개의 1급 직위를 신설했다. 당시 ‘작은정부’를 지향했던 현 정부 초기에 1급 직위를 두자리나 신설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자원확보’를 강조했던 정부의 기조와 맞아떨어지면서 대통령령으로 외교부 직제가 재편됐다.

신설된 에너지자원대사직은 장관 직속으로 대사직 1명(1급)과 비서 1명으로 구성된다. 외교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이 에너지자원대사를 지원사격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사실상 장관의 참모로 단독 임무를 수행한다.

외교부 내 1급 직위는 모두 12자리에 불과하다. 피라미드 형 직제상 1급 직위에 오르는 것은 군대에서 장성(별)이 되는 것에 비유될 만큼이나 어렵다. 인사적체도 그만큼 심하다. 때문에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자원대사직을 폐지하는 것은 조직 논리상 선택키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 내에선 에너지자원대사직 폐지 여부를 두고 정권이 바뀔 경우 자연스럽게 정리될 문제를 외교부가 먼저 스스로 나서서 폐지하겠다고 밝힐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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