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데탕트 버튼 누른 北…6자회담 재개 불씨 되살아나나
뉴스종합| 2012-03-02 10:21
북한이 ‘데탕트’ 버튼을 눌렀다. 그동안 대북관계의 열쇠를 쥐고 있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6자회담이 상반기내에 재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놀랍다”는 대체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여전히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언제든 대북관계는 ‘도루묵’이 될 여지를 남겨 놓고 있어 향후 대화의 진척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급해진 김정은’ vs ‘한 숨 놓은 오바마’=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3~24일 베이징에서 열린 3차 북미 고위급 대화를 ‘윤일의 합의’(Leap Day Deal)라고 지칭했다. 그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북한과 미국이 UEP 중단과 대북 영양지원에 전격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 김정은 체제의 확고한 조기 안착과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 등을 맞아 북한 주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깔려 있다. 이와함께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벼랑끝 외교’의 진수(?)를 보여줬던 북한이 김정은 체제에서도 확실한 외교협상력을 입증할 계기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올 연말 대선을 앞둔 미국으로서도 북한의 핵 문제를 어느정도 풀고 나가야 한다는 것도 이번 전격 타결에 지렛대 역할을 했다. 비핵화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어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대화하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6자회담 재개 불씨 되살아나나=이번 합의는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6자회담 재개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UEP 중단의 해결 실마리가 풀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벌써부터 상반기내에 재개될 가능성도 크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대해 "북한의 합의사항 이행이 관건"이라면서도 "6자회담이 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이날 BBS방송에 출연해 "북한은 빨리 식량을 받고자 하지만 아직 명확히 샅바싸움이 정리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존 흐름에서 보면 약간의 이견이 있지만 상반기에 개최될 가능성도 상당히 커졌다"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의 또 다른 한축인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선 아직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례적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전면 비판에 나서는 등 ‘통미봉남’(通美封南) 입장을 명확히 견지하고 있어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켠에선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만큼 형식적으로나마 일정 정도의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역시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이는게 중요한만큼, 남북 관계개선을 6자 회담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이번 회담에 대해 미국 외교가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이와관련 북한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기대와 함께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날 미 국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번 합의가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 재개를 위해 단순히 잠긴 문을 여는 수준인지에 대해 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또 “북한이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거나 핵심 주제와 관계없는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면서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