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절망 몰린 북송 탈북자 외면 말아야”
뉴스종합| 2012-03-09 11:14
북송 막으려 동분서주·유치장 신세도

北인권·복지·통일 아우른 새비전 추구


“많은 국민의 관심과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31명의 탈북자를 강제 북송했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입니다.”

9일 만난 도희윤(45)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1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내내 결기에 차 있었다. 표정에서는 절망과 희망의 빛이 수시로 교차했다.

도 대표는 “중국 공안이 지난 2월 체포한 31명의 탈북자를 최근 북한으로 돌려보냈다”고 했다.

탈북자 북송이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데서 오는 참담함과 이를 통해 탈북자 문제, 나아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가 엇갈린 탓으로 보였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절망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분들의 희생을 딛고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발이라도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송환된 탈북자에 대해서도 정확한 명단과 어디서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 파악할 생각입니다.”


도 대표가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지도 어느새 10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대학 때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고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그는 탈북자가 급증했던 1990년대 후반 북한 인권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2년 남녀 성인과 청소년이 포함된 탈북자 25명이 몸싸움 끝에 중국 스페인대사관에 진입했을 때도 그는 현장에 있었다. 당시 탈북자의 절박한 표정과 몸짓을 담아 북한의 참담한 인권현실을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알린 사진도 그가 직접 찍은 것이었다.

때로는 말로 못할 고초를 겪기도 했다.

도 대표는 2010년 중국에서 몽골로 가던 탈북 여성 4명이 길을 잃고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접 몽골까지 달려가 구출했다. 이 과정에서 몽골 당국에 붙잡혀 이틀간 유치장 신세를 지고 한 달 가까이 사실상 억류 상태를 겪어야 했다.

“4명의 여성이 한국에 들어와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마쳤는데 나올 때는 6명이 돼 있더군요. 임신한 여성 두 명이 있었는데 모두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던 거죠.” 도 대표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도 대표의 고민은 단기적으로는 탈북자 북송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와 장기적으로는 북한 인권운동이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지로 모아진다.

“사실 우리 운동 자체가 즐거움보다는 슬픔, 처절함의 성격이 강합니다. 북한 현실이 그런 만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거죠. 하지만 이제는 북한 인권만이 아니라 복지와 통일을 아울러 국민에게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주는 운동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