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김정은, 세계를 상대로 도박에 나서다
뉴스종합| 2012-03-18 12:33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서방을 상대로 도박에 나섰다. ‘영양원조’ 등 북미대화가 무르익어 가는 와중에 미사일 발사라는 초강수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어느 한 쪽이 죽어서야 끝나는 ‘러시안 룰렛게임’과 흡사하다. 식량이냐 내부 체제 결속이냐를 놓고 저울질하던 북한이 후자를 선택하는 도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6일 조선우주공간 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오는 4월 12일부터 16일 사이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 발사장에서 남쪽방향으로 ‘광명성 3호’를 발사한다고 공표했다.

북한은 이튿날인 17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시 외국의 전문가와 기자들을 초청해 발사 실황을 보여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또 “광명성 3호를 발사하기 위한 준비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의 해당 기관들에서는 국제적 규정과 절차에 따라 국제민용항공기구와 국제해사기구, 국제전기통신동맹 등에 필요한 자료를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처럼 미사일 발사 이전에 일정을 공개하고 외부 전문가와 기자들을 초청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사일이 아닌 과학 목적의 위성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한 일종의 사전포석인 셈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선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버금가는 장거리 미사일로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주권국의 당연한 권리”라며 북한을 옹호하던 중국마저 “북한이 발표한 소식에 주의하고 있다”는 논평을 낸 것도 그만큼 북한의 ‘도박’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북한이 강성대국 진입 원년을 맞아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한편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외부 전문가와 기자들에게 김 부위원장이 확고한 권력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정치적 쇼’의 성격도 갖고 있다. 특히 대남위협과 함께 북미대화에서 미국을 보다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전술로도 읽힌다.

켄 고스 미해군 분석센터 국장은 “평양의 수뇌부가 미-북 관계보다는 김정은 체제의 결속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연수 한국국방대학교 교수도 “이번 미사일은 사거리가 5500km 이상이 될 것으로 보여 미국에 대한 압박 의도가 크다”며 “위성 발사 계획을 밝힘으로써 정치ㆍ경제ㆍ안보차원에서 가능한 많은 것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