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무모한 셈법... 北 광명성3호의 정치경제학
뉴스종합| 2012-03-20 10:50
‘1인당 국민소득 124만원 vs 광명성 3호 발사 비용 8억5000만달러’

북한의 ‘광명성 3호’는 산술적으로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도박’이다. 주민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식량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국제사회에 손을 벌려야 하는 북한의 현실을 감안하면 쉽사리 ‘답’이 안나온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와 유엔의 추가 제재까지 감안하면 ‘광명성 3호’는 얼핏보면 엄청난 손해가 불보듯 뻔한 장사다.

하지만 북한은 ‘광명성 3호’ 발사 의지를 좀체 굽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용위성’과 ‘장거리미사일’은 별개의 문제라며 발사를 강행할 태세이다. 북한은 왜 ‘지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일까?

여기엔 좀더 복잡한 산술공학이 필요하다. 북한으로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실(失) 보다는 득(得)이 많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냉전시대 미국이 구 소련을 따라 잡기 위해 무모해 보이던 ‘달 탐사’에 나선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가 약 1조원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나로호 3호 발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도 견줘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8억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운반로켓인 ‘운하 3호’ 개발 및 제작에 3억달러, 북한이 지구관측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3호 개발에 1억5000만달러가 소요된다. 여기에 동창리 시험장 건설비용만 4억 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난 2000년 남한 언론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거리로켓 한발에 2억~3억 달러가 들어간다고 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남한 최저생계비(4인기준) 224만원의 절반에 불과한 북한으로선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 돈만 있으면 쌀 141만톤, 중국산 옥수수 250만톤, 밀가루 212만톤을 살 수 있다. 굶주리고 헐벗고 있는 주민들에게 엄청난 ‘선물’을 성공도 100% 확신할 수 없는 위성발사 도박에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북한의 셈법은 다르다. 미사일이 됐든 위성이 됐든 여기엔 단순한 산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치경제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

쉽사리 예측이 가능한 경제학적 샘법에서도 북한은 나름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명성 3호 발사가 성공한다면 북미협상 및 6자회담 등 밀고 당기기 협상에서 얻어낼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 98년 ‘광명성 1호’ 발사 이듬해이뤄진 북ㆍ미 협상에서 사거리 300마일 이상 미사일 생산과 개발, 배치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이 해마다 10억 달러 규모의 식량 지원을 요구한 전력이 있다.

정치학적으로는 좀더 높은 차원의 포석이 깔려 있다. 북한은 이미 내부적으로는 광명성 3호 발사를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과 김 위원장의 70회 생일에 맞춰 예고한 강성대국의 신호탄으로 삼으면서 김정은 체제 결속과 강화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광명성 3호 발사는 강성국가 건설을 다그치고 있는 우리 군대와 인민을 힘 있게 고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나, 조선중앙통신, 조선신보, 로동신문 등 북한 관련 매체들이 연일 광명성 3호를 강성국가의 상징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와 관련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는 핵과 함께 미사일까지 대미 협상테이블에 올리겠다는 의도”라며 “일단 판을 키우고 한국과 미국의 대선 이후 포괄적 협상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가장 적은 돈을 들이고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정치적 존재감을 충분히 과시하고 있다”며 “이 정도로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무모하게 보이는 셈법은 우리나라와 미국 등 국제사회가 호응했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