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신개념 北 퍼스트레이디 리설주…변화 아이콘될까
뉴스종합| 2012-07-26 11:28
북한이 이례적으로 ‘퍼스트레이디 리설주’를 공개하면서 그녀가 과연 김정은 시대 변화의 ‘아이콘’이 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5일 공개된 리설주는 올해 27세의 가수 출신이다. 북측이 ‘김정은 부인’으로만 소개하고 출신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방송된 은하수관현악단 신년경축음악회에서 노래한 가수 리설주와 동일 인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한때 유력했던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엘리트’보다 정치색이 없는, 한결 가벼운 이력이다.

특히 그녀가 속했던 은하수관현악단은 해외 공연도 적지 않게 가는 곳이다. 심지어 그녀가 17세 때인 2005년 인천에서 열린 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청년학생협력단’ 소속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 밖의 사정에도 눈을 뜬 인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정일보다는 한결 개방적인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드러내는 ‘아이콘’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실제 25일 김정은과 함께 참석한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 행사에서 리설주는 북한 주재 외교관들과도 인사를 나눈 것으로 북한 측 매체에 보도됐다. 그동안 북한에 없었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소화해낸 것이다.

리설주의 퍼스트레이디 데뷔는 김정은의 향후 통치 스타일이 아버지 김정일과는 분명 다를 것이란 점을 예고한다. 퍼스트레이디는 외교에서 큰 비중을 갖는다. 러시아나 중국 등도 최고지도자 부인들이 외교무대에서 활약할 정도다. 김정일의 경우 폐쇄적 외교에만 머물렀던 만큼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김정은 생모인 고영희도 권력 승계 후에나 일반에 공개적으로 소개됐다. 반면 김정은은 좀 더 적극적인 외교를 위해 퍼스트레이디가 일찌감치 필요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정은 부부의 공개는 북한 내 지지 기반을 다지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33세였던 1974년 노동당 정치위원에 올라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까지 20년간 ‘태자’ 생활로 권력 기반을 다졌던 김정일과 달리, 30세도 안 된 김정은의 정치 경력은 2~3년에 불과하다. 북한 주민에게 안정감 있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심기 위해 ‘어엿한 가장’임을 알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리영호 숙청과 겹쳐지는 ‘온화한 가장’의 모습은 외유내강 지도자로서의 이미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의 행보가 보수적인 북한의 노년층에는 거부감을 줄 수 있지만 변화를 동경하는 청년층,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는 호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으로는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문화적으로는 김정일 시대에 비해 훨씬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리설주의 공개만으로 북한이 개혁ㆍ개방 노선을 확실히 택했다고 단정 짓기는 아직 어렵다. 리설주의 위상이 확고부동하다고 보기엔 이르기 때문이다. 공식석상 동반은 아니더라도 김일성과 김정일도 첫 부인을 공개는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이후 그 지위를 잃고 만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미스터리 여인의 정체가 예술단원 출신으로 김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로 밝혀졌다. 사진은 2011년 5월 1일 조선중앙TV에서 방송된 은하수관현악단 공연 중 노래하는 리설주


홍길용ㆍ신대원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