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美ㆍ中 몰빵하던 北외교 이제는 다자로?
뉴스종합| 2012-07-31 08:21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북한이 ‘김정은 시대’ 들어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곧 베트남과 라오스를 친선방문한다고 30일 보도했다.

헌법상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김 위원장이 지난 5월10∼17일 리광근 합영투자위원장 등을 데리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데 이어 석달도 안된 시점에 다시 동남아를 찾는 셈이다. 김영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은 지난 6월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등을 방문했었다.

박의춘 외무상도 지난 1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막한 아세인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과 양자회담에 적극 나섰다. 북한 외무상이 통상 ARF에서 중국, 러시아 정도와 양자회담을 했던 예년과 비교하면 박 외무상의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지난 23∼27일 라오스 경제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고, 지난 3일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과 베트남 사이에 ‘2012-2013년 규격화·계량·품질관리부문 협조계획서’가 체결됐다.

김정은 체제가 지난 4월 제4차 노동당 대표자회 등을 통해 공식 출범한 뒤 베트남, 라오스,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과 인사교류가 어느 해보다 활발한 것은 이들 국가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외교관계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협동농장의 분조단위 축소를 비롯한 개혁조치를 검토하는 것과 맞물려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려는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식량 등의 지원을 끌어내고 경제개혁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다각적 의도로 보인다”며 “북한이 베트남의 농업개혁 등 동남아 국가에서 경제개혁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도 최근 동남아시아의 경제발전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6월29일 ‘경제발전에 힘을 넣는 동남아시아 나라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도네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의 경제 성과와 전망을 경제성장률, 수출액, 국내총생산 등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어 상세히 소개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외교노선상 기본적으로 미국과 관계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올해 다른 국가와 전방위적인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면 다변화 외교를 시도해야 하고 비동맹국가가 많은 동남아가 중요한 협력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