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정부, “日王 방한 의사, 큰 의미 없지만 긍정적 신호”
뉴스종합| 2012-09-21 09:09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부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일본 언론을 통해 방한 의사를 피력한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1일 “일왕이 공식석상에서 밝힌 것도 아니고 일본 외무성의 공식 입장도 아니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나쁘게 볼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일왕의 방한이 성사되려면 과거사에 대한 정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여성 주간지 ‘여성자신’은 19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 4일 쓰루오카 고지(鶴岡公二) 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장에게 “언젠가 우리(일왕과 왕비)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또 “앞으로도 일본과 한국이 우호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히토 일왕의 발언은 쓰루오카 국장으로부터 외교 현안에 대한 정기적인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한일·중일 갈등과 관련된 대화가 오간 뒤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며 “‘통석의 념’ 같은 단어 하나 찾아 올 거면 올 필요 없다”고 말한 이후 처음 공개된 아키히토 일왕의 반응이다.

특히 발언 시점이 이 대통령의 사과 요구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일왕의 방한 시나리오가 진전되면 실제 사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여성자신은 한 국회의원의 말을 인용해 아키히토 일왕이 이전에 “나는 (한국과 일본) 양국 우호를 위해서라면 현지(한국)에서 사죄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왕세자 시절인 1986년 한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세자비였던 미치코 왕비의 건강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한편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2001년 “간무 천황(일왕)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다는 사실에서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다”고 발언하는가하면, 2005년 미국령 사이판을 방문해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하는 등 한일관계에 있어서 전향적 인식과 정서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