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변죽만 울리고 끝난 북한 최고인민회의
뉴스종합| 2012-09-28 10:40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대선, 최근 동북아의 영토분쟁 등 정황을 지켜보면서 3대 세습이 완전히 구축될 때까지 갑작스런 변화보다는 체제 유지를 동반한 점진적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5일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6차회의가 특별한 이슈 없이 끝났다. 국내외 언론을 중심으로 북한이 농업개혁 등 경제정책과 관련된 모종의 조치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북한은 이번에 1972년부터 유지해온 11년제 의무교육을 12년제로 바꾸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위원, 예산위원장 등 조직인사 문제를 다뤘다고 밝혔다. 12년제 의무교육 도입은 학제 개편을 통해 청소년 교육을 강화하고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전문가이자 내각부총리인 곽범기를 예산위원장으로 보임한 것은 이 분야의 당정 간 유기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농업개혁을 포함해 경제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진 이유는 세 가지로 추론할 수 있다. 첫째, 내부 준비가 덜 되어 공개할 수준이 못 됐거나, 공개하지 않고 추진하려는 전략적 의도일 수 있다. 이미 북한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6·28 신경제관리체제 도입 지시 이후 농지와 기업의 사적 처분권을 확대하는 방식의 시범적 경제개혁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실험에 대한 평가작업이 완비되지 못했거나 공식화할 경우 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 차후에 알려진 김정일 위원장 시대의 화폐개혁과 7·1 조치도 섣부른 시도로 실패와 후퇴를 가져왔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갑작스럽게 진행된 측면이 있지만 이면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처음 최고인민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체제 건재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공개회의에 소극적인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도 장악하려는 김 제1위원장의 의도가 담긴 것이다. 경제조치보다 부담이 적은 교육, 조직 등의 문제를 다루면서 김정은 체제 강화에 주력한 것이 이번 최고인민회의 개최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최근 대내외 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는 대선 열기가 한창 뜨거운 데다가 북한 이슈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체제 결속을 도모코자 할 것이다. 최근 서해 NLL 부근에 북한 어선이 출몰하거나 미국에 대해 핵보유국, 핵억제력 강화를 반복 주장하는 것은 이와 같은 시도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내부적으로 경제 혹은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수도 있고, 이를 공개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대선, 최근 동북아의 영토분쟁 등 정황을 지켜보면서 3대 세습이 완전히 구축될 때까지 갑작스런 변화보다는 체제 유지를 동반한 점진적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우리 선거 과정에서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 변화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북한에 인색해서도 안 되지만 북한의 변화 의지가 있어야 제대로 된 남북 화해협력이 진행될 수 있음은 지난 10여년간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