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냉온탕 오가는 서해이웃…한국, 美-中 틈바구니서 아찔한 줄타기
뉴스종합| 2012-11-02 11:31
양국 비슷한 시기에 새 권력체제 출범
후진타오정권 비해 진전된 협력관계 전망

美와의 패권경쟁에 한국은 미묘한 위치
한국 대선후보 빅3 너도나도 ‘균형외교’ 강조
이념 넘어선 경제·외교 파트너십 구축 절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한ㆍ중 관계도 한 단계 도약을 모색하게 될 전망이다.

오는 8일 개막되는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는 미국과 함께 세계 유이(唯二)한 강대국으로 자리 잡은 중국의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배출하는 자리다. 당대회는 향후 중국은 물론 세계를 경영하게 될 시진핑(習近平)의 ‘대관식’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5년 전 후진타오(胡錦濤) 2기 출범을 알린 17차 당대회 때와 긴장감의 강도가 다른 이유다.

▶韓ㆍ中, 5세대 정치지도자 등장 예고=중국 18차 당대회는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에 이은 5세대의 본격적인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중국 5세대 지도부의 등장은 건국(이승만), 군부(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민주화(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경제(이명박)에 이어 새로운 리더십의 ‘5세대’ 지도자를 찾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도 닮아 있다.

‘시진핑 시대’ 개막 이후에도 한ㆍ중 관계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이 우선시되고 집단지도 체제 성격이 강한 중국에서 최고지도자가 교체됐다고 해서 국가 전략이 송두리째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은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를 거치면서 1인 권력 집중도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결국 당분간은 후진타오 시대의 대외 전략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자신이 후진타오 시대 대외 전략을 결정해온 외교영도 소조에 부소조장 자격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퇴임 후를 대비해 당과 군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고 있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하지만 한ㆍ중 양국에서 동시에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는 만큼 한ㆍ중 관계에도 변화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연구원은 “시진핑 시대가 들어선다고 한ㆍ중 관계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한ㆍ중 양국에서 모두 새로운 권력 체제가 출범하게 되면 보다 진전된 협력관계에 대한 모색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민들과의 물리적인 충돌, 서울 중심가에 넘쳐나는 중국인 관광객.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풍경이 수교 20주년을 맞는 한ㆍ중 관계를 대변한다. 중국의 권력교체기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한ㆍ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지만, 동북아 시대에서 한국이 해결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헤럴드경제 DB]

▶미국과 중국 사이 줄타기=한ㆍ중 관계는 수교 20년을 지나는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냉전의 여진과 한반도 분단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발전해온 한ㆍ중 관계는 ‘세계 외교사의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ㆍ중 관계는 양국 모두에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한ㆍ미 동맹과 북ㆍ중 혈맹이 오버랩돼 있기 때문이다. 한ㆍ중 관계의 진전된 협력관계 역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서 우선순위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은 특히 미국의 ‘아시아 회귀’로 불리는 대중국 봉쇄 정책과 맞물린 한ㆍ미 동맹에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류우익 통일부 장관 방중 기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한ㆍ중 전문가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측은 이 자리에서 한ㆍ미 동맹이 북한의 도발에 대처하려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결국 중국을 겨누는 칼끝이 될 것이라며 ‘안보 딜레마’로 규정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으로선 한ㆍ미 동맹이 결국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MD) 전략 참여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시각이 한ㆍ미 동맹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중국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대선 국면 맞물려 미ㆍ중 균형외교론 부각=중국이 한ㆍ미 동맹에 신경질적이라고까지 비칠 정도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은 미국과의 패권경쟁이 자신들의 국익과 첨예하게 맞닿아 있는 최우선적 도전이자, 시련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ㆍ중 관계는 가뜩이나 북한 문제로 복잡한데, 여기에 한ㆍ미 동맹, 나아가 한ㆍ미ㆍ일 동맹 문제가 얽히게 되면 중국은 한층 더 곤혹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최근 일본과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이 불거졌을 때 무력까지 동원해가며 강공을 펼친 것도 센카쿠 문제를 계기로 한 미국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입장은 세계 전략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쉽사리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으로 한국의 차기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한ㆍ중 관계의 큰 흐름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한 외교안보부서 관계자는 “한ㆍ중 모두 이전까지는 서로를 대북 정책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려 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제는 이념보다는 경제와 동북아 신질서 측면에서 서로를 핵심 파트너로 인정하려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중 정책과 관련해서는 대선 국면과 맞물려 균형외교가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미국과 중국과의 균형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한ㆍ미 동맹은 북한을 대상으로 하지만, 한ㆍ중 관계는 제3국을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한ㆍ미 동맹과 한ㆍ중 관계는 배타적 관계가 아니다”며 “약소국일 때는 어쩔 수 없이 편중외교로 갈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세계 15위권의 중견국이 된 만큼 그에 어울리는 외교안보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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