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슈미트 구글회장 방북...오바마 민간특사?
뉴스종합| 2013-01-03 10:22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북한 방북계획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슈미트 회장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후원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논의가 이뤄지는 민감한 시기에 한국 등 우방의 입장을 고려한 오마바 대통령이 민간 특사를 통해 북한과의 교섭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AP통신은 3일 서울발 기사에서 익명을 요구한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이르면 이달 중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유엔대사를 지낸 미국 민주당의 고위급 정치인이다. 리처드슨은 지난 1994년 이래 수 차례 방북했는데, 이 중 두 차례는 북한에 강제 억류된 미국인 석방 협상을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배준호(미국명 케네스 배)씨 문제를 논의할 것이란 해석이 많다.

그런데 슈미트 회장의 방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넷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과 각종 경제제재로 외국기업의 대북투자가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슈미트 회장이 사업상의 이유로 방북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슈미트 회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특수관계’를 감안하면 민간을 가장한 북미접촉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자금 기부에서나 선거전략에서 슈미트 회장은 ‘대통령 오바마’의 일등공신이었다. 지난 해 대선에서도 구글은 직원 1인당 1000달러 이상을 기부, 실리콘밸리 기업 가운데 오바마 캠프 정치헌금 1위를 기록했다. 한때 오바마 2기 행정부 재무장관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슈미트 회장은 현재도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자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하면 이번 방북단은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과, 민주당 출신 전직 외교전문가로 짜여진, 사실상의 ‘민간인 정부대표단’일수 있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응해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 미국이 정부 당국자 대신 민간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오바마의 여러 측근 가운데 왜 하필 슈미트 회장이냐는 의문은 남는다. 이에 대한 답은 김정은 북한 국방제1위원장에게서 찾을 수 있다. 오랜 해외유학을 거친 김정은은 구글과 슈미트 회장에 대한 인지도도 높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은 과학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IT전문가인 슈미트 회장을 낙점할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육성을 통해 `경제강국` 단어를 반복해서 언급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기반한 경제강국의 건설`을 역설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만약 간다면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겠느냐”며 “북한 입장에서는 억류 미국인 문제 해결과정을 통해 북미대화를 진전시키려는 노림수를 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필 슈미트 회장이 방북하는 데 대해서 이 당국자는 “김정은이 개혁개방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구글을 선택했을 수 있지만 추측일 뿐이다”라면서 “다만 글로벌 기업인의 북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홍길용ㆍ신대원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