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北 ‘채찍’ 피하고 ‘당근’ 택하나
뉴스종합| 2013-02-12 11:16
中까지 제재에 동참 위기감
핵실험 유보가능성 첫 시사



3차 핵실험 운운하던 북한이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거리 로켓 발사는 계속하겠다면서도, 경제개발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제사회는 물론 중국까지 ‘채찍’을 들자, 일단 핵실험 카드를 접는 대신 ‘당근’을 얻으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지난 6일 처음 감지됐다. 이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인 ‘신뢰 프로세스’를 언급하면서 “화를 복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며 핵실험 유보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이어 대외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8일 “미국과 적대세력은 공화국이 3차 핵실험을 한다고 지레짐작하면서 그것이 현실화하는 경우 선제타격까지 해야 한다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고 밝혔다.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좀더 구체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맞서 외무성과 국방위 성명을 통해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진행하겠다’고 했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게다가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지난 8일 인력과 장비가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서는 북미, 북중 간 물밑접촉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과 관련된 전략을 수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북미 간에는 한상렬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와 클리퍼드 하트 미 6자회담 특사 간 북미채널이 가동 중이며, 북중 간에는 최근 북한 고위급 인사가 베이징을 비밀리 방문해 협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에서는 북한의 이 같은 태도 변화가 일종의 기만술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히자만 일각에선 북한이 핵실험 유예 내지는 중단을 위한 명분 찾기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박 당선인이 적극적으로 대북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경고와 압박이 이어지자 북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이 핵실험 예고 이후에도 박 당선인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핵과 경제를 고리로 박 당선인이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공약으로 신뢰와 비핵화 진전에 따른 전력·교통·통신 등 북한 인프라 확충과 국제금융기구 가입 지원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12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회 결정에서도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사실상 올해 정책의 최우선에 뒀다. 정책목표 달성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지원 재개가 필수적이다.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남한의 새로운 정부와의 관계설정에 있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부담도 있다.

이에 따라 12일(현지시간) 열리는 유엔 공개토론이 이번 핵실험 정국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리 측에서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안보리 의장국 대표로 공개토론을 주재한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