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北선 ‘다르다’를 ‘틀리다’로 말했다간 큰코다쳐
뉴스종합| 2013-03-07 08:43
[헤럴드경제=남민 기자]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다르다’를 ‘틀리다’로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 뜻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냥 서로 알아들으니 무심결에 내뱉는다.

‘다르다’는 ‘같지않다’란 의미이고 ‘틀리다’는 ‘옳지않다’는게 기본 의미이다.

우리와 달리 북한에서는 이 표현을 잘못 혼돈해서 썼다간 큰 코 다친다. 북한소식 전문매체 뉴포커스(www.newfocus.co.kr)가 이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북한에서는 의외로 어릴 때부터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훈련이 잘 되어있다. 만약 북한주민이 ‘다르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당의 지시사항은 지난번과 틀리네요’ 라고 잘못 말했다간 당의 지시가 옳지 않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반역자로 낙인찍혀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다고 한다.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 라는 북한의 대표적인 구호가 있다. 결국 ‘우리 북한은 남조선과 다르다’는 것인데 이 또한 ‘남조선과 틀리다’로 잘못 말했다간 한국과 비교 했을 때 북한이 옳지 않다는 뜻이 돼버려 큰 수모를 당할 수 있다는 것.

한국은 분단 이후 여당 야당의 오랜 대립과 갈등 속에서 생존과 극복이 삶의 목적이 된 시대를 거쳤다. 그래서 “너는 내 생각과 틀리는구나”라는 잘못된 표현 속에는 ‘상대는 내가 이겨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가 무의식 중에 내포돼 있다.

반면 당이 오직 하나 밖에 없는 북한체제 속에서는 다르다는 말 속에 그러한 개념이 스며들지 않았다. 대신 전체주의 국가이기에 남과 다르게 튀는 언행을 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한국에서는 경쟁심 때문에 의미가 와전되었다면 북한은 통일성 때문에 의미가 변질된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서 다르다는 것을 ‘옳지 않다’는 뜻인 ‘틀리다’로 잘못 말했다간 극복의 대상이라는 의미가 내포되기 때문에 북한주민은 ‘다르다’ 와 ‘틀리다’ 는 단어를 엄격히 구분해서 사용한다. 우리도 바른말 사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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