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입주기업은 중환자 상황”... 개성공단협의회 부회장
뉴스종합| 2013-04-09 08:55
[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북한이 지난 8일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밝히며 공단 가동이 잠정 중단될 것으로 점쳐진다. 조업 길이 막힌 우리 입주기업들의 피해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들은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9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상황을 “중환자와 같은 입장”이라며 정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유 부회장은 “중환자가 병원에 가서 의사하고 보호자가 돈 때문에 환자의 치료를 지금 망설이고 있는 입장인 것 같은데 우리 입장은 일단 살려놓고 그 다음에 다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져 한계에 와 있기에 일단 개성공단 자체는 살려가며 일을 풀어야 된다”고 말했다.

유 부회장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은 사실상 조업이 전면 중단된 상황. 이미 수일째 원부자재가 들어가지 않아 근로자들이 출근하더라도 조업이 불가능한 탓이다. 당장 이날 5만여명에 달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을 경우 현재 470명 정도 잔류한 우리 근로자들도 복귀하는 길에 오를 전망이다. 그는 “지금도 매일매일 50~100명 선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많이 들어올 것”이라며 “(금강산 같은 경우처럼)시설관리자 등 필수요원들만 남겨놓고 텅 비어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업들이 속속 조업중단에 들어가면서 대기업ㆍ하청업체 사이 계약 문제 등 악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유 부회장은 “원청업체 계약 해지 문제 등이 상당히 고통을 줬는데 언론이나 정부가 자제해달라는 당부가 있어 그 문제는 조금 가라앉았다”며 “거래처가 더 당황해, 연속된 생물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입주기업수는 123개에 불과하지만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수만 7000여개를 헤아리는 정도다.

상황이 잠정 폐쇄에까지 이를 경우 입주기업은 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이미 남북경협을 했던 기업 사례를 볼 때 개성공단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지금 거의 도산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각오를 하고 있는 업주들이 꽤 많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없는 현실이 더욱 답답한 듯한 인상이다. 유 부회장은 “아무래도 개성공단은 기업인들 개인이 투자를 한 게 아니고 정부와 북쪽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에 기업인들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에선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어떤 결정이 없이 저희가 어떤 결정을 내릴 순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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