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北공동압박 中협조 자신감…美 ‘전략적 非인내’ 로 전면 U턴
뉴스종합| 2013-04-18 11:21
잇단 도발·지키지 않는 약속에 인내심 한계
실질적 비핵화 행동없인 지원 없다 천명




북한의 극단적인 벼랑 끝 전술로 한반도 위기가 높아질대로 높아진 가운데 미국이 대북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시사해 주목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예산안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가 아닌 ‘전략적 비인내(strategic impatience)’라고 밝혔다. 그는 “한·중·일 방문 당시 미국이 과거와 똑같은 길을 가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혔다”고 했다.

이는 그동안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과 재도발, 약속 불이행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분명하고 실질적인 비핵화 행동이 없이는 절대 지원할 수 없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케리 장관이 전략적 비인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말이나 약속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이 있어야만 대화나 협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1990년대 초반 북핵위기가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포용정책을 내세웠던 클린턴 행정부, ‘악의 축’으로 대변되는 강한 압박정책을 펼쳤던 부시 행정부, 그리고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사실상 무시했던 오바마 1기의 대북정책과 또 다른 개념이다.

케리 장관은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히면 국무장관인 나나 오바마 대통령이나 (과거와) 똑같은 거래를 되풀이하고 과거의 전철을 밟을 생각은 절대 없다”고 말한 것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정책을 시사한 대목이다. 실제 최근 미국의 움직임에서도 이 같은 변화의 조짐은 읽을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연일 도발 위협 수위를 고조시키자 전략폭격기 B-52, B-2, 그리고 스텔스 전투기 F-22 등 최첨단 무기를 한반도에 잇따라 전개하며 맞대응했다. 이는 전략적 인내를 내세웠던 오바마 1기 때는 찾아볼 수 없던 장면이다.

이처럼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정책에서 적극적인 개입과 압박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배경에는 미ㆍ중 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케리 장 역시 ‘전략적 비인내’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을 핵심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케리 장관은 “중국이 없으면 북한은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는 게 꽤 적절하다”면서 “(대북정책에 있어서)중국과 의견 일치를 봤고, 과거와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국 역시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북한에 대해 이전과 다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 특사단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가 한반도 평화 안정에 필수요건”이라고 말한 것은 상징적인 대목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8일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전에는 어떤 종류의 대화나 원조도 하지 않겠지만 중국의 협조를 구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능력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올라오기 전에 다각도의 방향을 통해 강력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케리 장관의 발언은 국회 청문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큰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