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말로만 방미성과 자랑...겁쟁이 외교부
뉴스종합| 2013-05-15 10:00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어차피 해야 한다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해라”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의 조언이다. 하기 싫더라도 먼저 나서서 한다면 그 자발성은 인정받기 때문이다. 윤창중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포함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지금, 외교부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최근 “윤씨 사건 때문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한미 정상회담과 의회 연설, 세일즈 외교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한 외신의 표현을 빌려 ‘지나치게 가려졌다(overshadow)’고 말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윤병세 외교장관이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미국 정부도 이 문제와 이번 방문의 여러 성과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고까지 했다.

그래서 외교부는 14일 오후 윤 장관의 취임 첫 내외신 회견을 예정했고, 방미성과를 설명할 계획이었다. 한미 정상회담과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 상하원 의회연설의 결과와 의미를 설명하고 앞으로의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당일 아침 돌연 행사가 취소했다.

방미 성과 보다 윤씨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질 것을 우려한 탓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하긴 날카로운 공격은 피하고 거센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고 싶었을 게다. 하지만 결국 ‘구데기 무서워 장 못 담근’ 격이 됐다. 어찌됐건 이번 결정으로 외교부는 스스로 방미 성과를 자랑할 자리를 차 버렸다. 27일 다시 회견을 연다지만, 외교에서 3주면 유통기한 이후다.

윤 씨의 성추행 사건은 대통령 해외방문이라는 외교행사 중에 일어났다. 외교부가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 이번 일로 단단히 화가 난 동포사회에 사과의 뜻도 전해야 한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한 외신기자는 “갑자기 회견을 취소하는 것 보니 이번 사건이 외교적으로 문제이긴 하나 보다”라며 비꼬았다.

나라 망신 기사는 글을 쓰는 기자들도 씁쓸하다. 하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부를 외신이 비아냥대는 것은 더 불쾌하다. 불편하다고 피할 일이 아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