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북한, 판 깨질 때마다 협상 내용 공개..무슨 전략?
뉴스종합| 2013-06-13 10:41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북한이 우리 정부와의 협상 내용을 낱낱이 공개한 것은 이번 남북당국회담 사례 뿐 만이 아니다. 북한은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판이 깨질 때마다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우리 사회 내 남남 갈등을 조장해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협상 내용을 공개하곤 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실무접촉회담 합의문 초안에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북측 수석대표로 지목했다는 점을 공개했을 뿐 아니라 그 이유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철수를 선언한 김 부장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전달한 점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문제에 대해 북한 측의 사과를 요구한 점도 적시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요구를 ‘중상모독하는 횡포 무도한 도발’로 규정했다. 이는 북한이 사실상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은 요구를 우리 정부가 무리하게 했다는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이번 남북당국회담의 무산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고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야당과 시민사회로 하여금 우리 정부에 협상에 다시 나서도록 압박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보인다.

또한 “자신들은 남북당국회담에 나설 준비를 모두 마쳤으나 남측이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고집해 부득불 출발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의 격을 맞춰야 한다는 의지가 이번 회담의 최종적인 무산 배경임을 강조했다.

북한이 협상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문답을 통해 “3일 남측 잔류인원들이 개성공업지구에서 전부 철수할 때 공단 관계자의 출입과 입주기업가들의 방문 및 물자반출을 허용해줄 의사를 표명했고 그와 관련한 날짜까지 제시해 줬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이 공개되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여론이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제의를 숨기고 개성공단 폐쇄를 방관했다”고 흐르면서 정부 책임론이 일기도 했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의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담겼던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협상 내용을 공개하면 양측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전체 대화의 판이 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2011년 남북 당국 간 비밀접촉을 폭로하며 남측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양보 좀 해달라고 애걸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이명박 정부가 정상회담을 추진, 북한 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남은 임기동안 공식적인 대북 대화를 포기했고 금상산 관광과 경협활동이 완전 중지에 들어갔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