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선이후난(先易後難)으로 살려낸 개성공단 정상화 불씨
뉴스종합| 2013-07-08 09:46
[헤럴드경제 =원호연기자]개성공단 사태 95일만에 마주 앉은 만큼 쉽지 않은 협상이었다. 남북 양측은 “쉬운 것 먼저 논의한다”는 전략 하에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며 모처럼 찾아온 대화 국면을 살렸다.

우리측 수석대표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당국실무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장마철이 도래하기 때문에 시설점검,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이에 따른 신변안전 보장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그 다음에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는 두 과정이 있었다”며 보다 시급하고 합의하기 쉬운 의제부터 합의해 나가면서 개성공단 정상화 불씨를 살려냈음을 시사했다.

통신선 문제로 예정보다 1시간 반 정도 늦은 11시50분 마주앉은 서 단장과 북측 수석대표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서로를 ‘개성공단 전문가‘라 치켜세웠다. 모처럼 찾아온 대화의 기회를 살리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우리 측은 기업 피해에 대한 책임있는 입장 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했지만 북한의 답을 꼭 듣겠다며 몰아세우지는 않았다.

북한 역시 “조속한 원상복구를 목표로 장마철 대비 설비 점검과 원부자재ㆍ완제품 반출부터 협의하자”며 우리측이 모두 수긍할 만한 제안을 내놨다. 그동안 남측을 비난할 때 거론한 ‘최고존엄 모독’에 대한 사과 요구는 없었다.

양측 대표단은 오후 들어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갔다. 오후 9시까지는 각각 15분에서 1시간 가량 세차례에 걸쳐 수석대표 회담이 열렸다. 이때까지 저녁식사 계획이 잡히지 않아 “논의가 원만히 이뤄져 조기에 타결되는 것 아니겠냐”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왔다. 이때 협의가 기업인 설비 점검 방문 등 쉬운 당면 현안 문제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산고는 길었다. 컵라면으로 요기만 해결한 두 수석대표는 이후 5~10분 가량 7차례 만났다 쉬었다를 반복하며 재발방지 문제, 정상화 문제 등 상대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논의했다.

날짜를 바꿔 새벽까지 이 문제가 쉽게 합의되지 않았지만 기업인들이 방북하는 10일 개성공단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함으로써 재발방지 문제 떄문에 전체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