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헌재역할 내각법제국 움직여…日나치식 개헌 현실화 할수도”
뉴스종합| 2013-07-31 11:22
법률안 합헌 판단 총리직속기구
관료에 의한 실질적 사법권 장악
재무장·자위권등 합헌 결정땐
평화헌법 빈껍데기 전락도 가능



한때 총리를 지냈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나치식 개헌’ 발언이 빈말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총리 직속 ‘내각법제국’이 우경화의 키맨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론에 상관없이 우리의 헌법재판소 역할을 하는 내각법제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평화헌법 무력화 및 재무장을 하는 ‘꼼수’를 쓸 가능성이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31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분쟁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포기한다고 명기하고 있는 평화헌법 9조가 개헌 논란의 핵심인데, 내각법제국의 해석에 따라 이에 저촉되는 정책들이 추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총리 직속 내각법제국은 법률안과 조약, 시행령의 헌법 합치 여부를 판단한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은 법률의 87.1%가 행정부에서 발의된다. 내각법제국의 막강한 권한은 행정부의 의회 견제 차원에서 정당화된다. 내각법제국이 평화헌법에 위배될 수 있는 법률을 “헌법에 합치한다”고 해석해 초헌법적 법률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이상윤 교토대학 법학연구과 연구원은 “내각법제국은 일본 법 체계의 법적 안정성을 가져다준다는 평가와 함께 입법 과정에서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한다거나 관료에 의한 실질적인 사법권 장악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소 부총리가 언급한, 히틀러의 수권법에 의한 바이마르 헌법 무력화가 일본에서는 법제국에 의해 자행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베 신조 총리도 지난 22일 “(미군에 대한 침략에) 부대가 대응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토록 한 ‘국가안전보장기본법’을 제정할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1998년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일본 주변지역’까지 넓힌 미ㆍ일방위협력지침도 개정할 참이다. 개정되는 지침에는 무인공격기 드론 등 전략무기의 활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위대의 해병대 전력 창설도 고려해 전수방위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명찬 연구위원은 “아베 내각이 내각법제국을 이용해 일련의 정책이 헌법 9조의 폐기가 아니라고 의회를 설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이 집단적 자위권을 위한 개헌에 반대하는 만큼 무리하게 개헌을 추진하느니 내각법제국을 십분 활용해서 조용히 헌법 9조를 빈 껍데기로 전락시키겠다는 속셈이라는 설명이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