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北 침묵작전에 진퇴양난 빠진 개성공단 해법
뉴스종합| 2013-08-07 10:02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 개성공단 처리를 두고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북한이 우리 측 회담제의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마치 개성공단 폐쇄를 기다리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중대결심’했다가 공단 폐쇄의 책임을 뒤짚어 쓸 처지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사실상의 공단폐쇄 수순인 경협보험금 지급에 대한 입장을 보류했다. 김 대변인은 “물리적으로 오늘 바로 시작하는게 불가능한 건 아닌데, 여러가지 실무적으로 준비할게 있고 해서 통상적으로는 며칠 걸린다”고만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중대 결심’을 늦추는 이유는, 최후통첩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던 전략이 북한의 ‘침묵’으로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공식입장을 내놓는 대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논설을 통해 “남한의 의지가 부족해 회담이 결렬 위기에 빠졌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업적으로 치켜세우며 개성공단 재가동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달리 보면 실무회담 파행의 책임을 우리 정부로 돌리는 모양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예상보다 낮은 점으로 볼 때 북한이 심리전 차원에서 기다리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6차 실무회담까지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 양측의 입장 차가 명확한 상황에서 쉽게 7차 회담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거부 반응을 내보일 경우 폐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라리 ‘침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북한이 우리 제안을 거부하면 단전ㆍ단수와 함께 공단 폐쇄로 이어지는 일련의 ‘중대조치’를 취하려던 우리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공개적으로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당장 중대조치를 취했다간 공단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상황이다.

입주기업들에게 경협 보험금을 지급하고 사실상 철수를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보냈지만 정작 입주기업들은 임진각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회담 재개를 요구하며 정상화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 정부 측 의사결정권자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휴가중이다. 류 장관이 돌아오는 9일까지 중대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