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위크엔드] ‘전쟁포기’ 평화헌법 무력화…日 노골적 ‘軍재무장’ 야욕
뉴스종합| 2013-08-16 11:04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일본의 평화헌법, 즉 헌법 9조가 66년 만에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아베 신조 내각은 헌법의 역사적 의미는 잊은 채 ‘보통 국가’로 탈바꿈하는 일본을 옥죄는 족쇄로만 폄훼하고 있다.

아베 내각은 일본의 정치적 이익이 걸렸다면 어떤 국가에서 발생한 위기 상황이든 자위대의 자체 판단에 따라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도록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을 바꿀 계획이다. 여차하면 한반도 유사시에 미군에 대한 지원을 핑계로 개입하겠다는 구상도 세웠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겪은 아시아 국가들을 다시 한 번 긴장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익 일각에서는 “전쟁이 끝난 지 60년도 더 지났으니 이제는 정상적인 국가로서 가지는 주권을 회복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침략의 의미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거나 위안부는 강제 동원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우익 정치가들의 언행에서 읽히는 헌법 개정의 맥락은 ‘국권의 정상화’가 아닌 ‘전범 행위의 자기 합리화와 정당화’다.

처음 일본이 정치적 수단으로 전쟁을 영구히 포기한다는 구상을 헌법의 중심에 세운 것은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다.

연합군 총사령부(GHQ)를 통해 일본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던 그는 1946년 도쿄 전범재판을 앞두고 천황의 신병처리를 두고 고심 중이었다. 천황제 존속을 전제로 일본의 항복을 받았지만 태평양전쟁 중 일본의 침략을 받은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의 국가가 극동위원회(FEC)를 통해 천황을 전범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었다.

맥아더는 이들 국가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고민하던 중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체결된 ‘부전 조약’에 착안했다. 일본이 전쟁과 군대를 포기하고 평화적 공존을 전체 국민의 이름으로 선언하는 대신, 오키나와의 미군이 일본을 방위한다는 구상이었다.

일본이 GHQ의 평화헌법 초안을 받아들인 것은 ‘전범국가’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돌아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받아들여졌다.

평화헌법은 냉전 시기, 세계경찰 역할을 자임하던 미국이 힘에 부치면서 변화를 요구받는다. 미국이 일본의 재군비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자민당 정권은 끊임없이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했다. 특히 걸프전쟁 이후 집단적 자위권과 전수방위 원칙이 개헌 논의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미 세계 수위의 전력을 보유한 자위대가 일본 열도 방위뿐 아니라 미군의 군사파트너로서 세계 곳곳에 파견돼 정치적 임무를 수행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평화헌법을 무력화를 넘어 일본이 우경화의 폭주기관차를 타면서, 미국마저 우려하고 있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같은 전범국가였던 독일은 군대를 다시 가졌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심 국가로 활약하고 있다. 이는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무릎을 꿇고 몇 번에 걸쳐 자신들의 전범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폴란드 등 피해국들이 이를 수용한 결과다.

결국 일본이 ‘보통 국가’로 도약하는 길은 독일과 같이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고 사죄하는 ‘보통 국가의 역사 인식’을 가지는 것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일본국 헌법 9조의 내용>

1.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2.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ㆍ해ㆍ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3.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