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북한, 왜 이석기사태 침묵했나
뉴스종합| 2013-09-05 10:18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저버린 모양새다.

북한은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내란음모혐의 수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북한은 국회에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고 국정원 강제 구인과 유치장 구금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5일 “비공개 조직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면 칼로 무 자르듯이 잘라내는 것이 조직운동의 기본”이라며 “공안당국이 이 의원과 북한의 연계성을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층 더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구명 호소를 외면하고 한때 한배를 탔던 정의당까지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한데 이어 이 의원이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라고 칭송한 북한조차 등을 돌린 셈이다.

북한의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은 무반응에 가깝다.

조선중앙통신이 압수수색 다음날이었던 지난달 29일 국정원과 검찰이 진보당에 대한 ‘대대적인 폭압’에 나섰다고 보도했으나 남한 언론 보도를 그대로 인용한 형태였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에도 인터넷 언론 기사를 인용해 이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혐의가 죄로 성립되기는 어렵다는 소식을 짤막하게 전했을 뿐이다.

이는 2011년 ‘왕재산’ 사건이나 2006년 ‘일심회’ 사건이 불거졌을 때 ‘파쇼 탄압’으로 규정하고, 남한 정권이 공안정국을 조성하기 위해 과거 독재정권의 상투적인 수법을 쓰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북한은 지난해 이 의원 등이 연루된 종북논쟁이 불거졌을 때에도 “종북세력 척결소동은 연북통일세력을 밑뿌리째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통진당에 대해서는 “민족의 화해와 단합, 연북통일을 주장하고 99% 남조선 인민들의 자주적 권리, 생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당”이라며 “남조선 인민들 속에서도 지지도가 높은 진보적 야당”이라고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북한이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것은 이 의원이 총책으로 있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와 북한 대남공작조직인 노동당 산하 225국과의 연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단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 최근 개선된 남북관계를 고려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공안사건을 건드리지 않음으로써 남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