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6자회담 마뜩찮고, 중국 성의 무시 어렵고…고민에 빠진 韓美
뉴스종합| 2013-09-11 09:32
[헤럴드경제 =원호연기자]한국과 미국 정부가 6자회담 개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없다면서 “6자회담은 시기상조”라고 무조건 거부하기에는 ‘메신저’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10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을 갖고 취재진 앞에 선 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이 6자회담의 목표를 비핵화로 선언해야 한다”며 아직 6자회담의 재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ㆍ미 양국은 최근 6자회담 재개를 재촉하는 중국을 의식한듯 대화 재개 조건에 이견이 없음을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기울이고 있는 노력에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 재개에 북한의 진정정있는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중국을 포함한 6자회담 당사자들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데이비스 특별대표 역시 “이 문제에 대한 5자 간 공조와 논의는 이전 어느때보다 잘 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국이 중국을 의식하는 것은 미ㆍ중, 한ㆍ중 정상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데 대해 중국 역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성실히 수행하는 한편 리위안차오 부총리를 평양에 보내는 등 강온책을 모두 써가며 이같은 요구에 화답했기 때문이다. 6자회담 자체를 재개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은 아직 조성되지 않았지만 무조건 대화를 거부할 경우 “대화 의지가 있냐”는 중국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 중국의 노력을 평가하는 것은 한미 양국이 대화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다.

양국은 최근 중국이 제안한 ‘반관반민’ 형식의 6자회담 당사국 회의를 통해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양국은 ”중국이 좋은 뜻을 가지고 제안했다”며 “중국과의 소통을 훼손하지 않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참가하는 정부 대표의 급에 대해서는 “수석대표가 참가할 때는 아니다”라면서도 “5자의 균형된 참여를 위해 대표의 급에 대해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회의를 제안한 중국에 성의를 보이기 위해서 과장급 실무진을 보냈던 이전의 유사한 회의와는 달리 실제 6자회담 협상을 맡는 차석 대표 정도로 급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은 “가더라도 6자회담을 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회의가 자연스럽게 6자회담 개최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북한의 기대에 선을 그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