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김정은 딸이름 ‘주애'…그 의미가?
뉴스종합| 2013-09-11 10:06
[헤럴드생생뉴스] 지난 3일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리설주의 딸 이름을 공개했다. 로드먼은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의 딸 주애를 안았다”고 전했다.

딸 이름이 공개되면서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았다.

11일 북한소식 전문매체 뉴포커스(www.newfocus.co.kr)는 북한 최고 통치자의 아이 이름 공개와 이름이 갖는 뜻에 대해 탈북자들의 반응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딸 이름은 북한내부에서도 주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다. 역대 김씨 일가의 자손들은 그 존재 자체가 비밀로 간주되는 것이 북한정권의 절대적인 풍조이다.

수 만 명을 헤아리는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일성의 자손이 몇 명이었는지, 김정일이 부인이 몇이나 되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통치자의 가족구성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범죄혐의를 받을 수 있는 첫째가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뉴포커스

그렇다면 김정은 딸 이름이 공개된 현 상황을 탈북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13년 탈북한 함흥 출신 김여정 씨는 “아마 내가 북한에 살았다면 김정은 딸의 이름은 당연히 몰랐을 것이다. 출생자체를 비밀로 하는 나라인데 이름은 특급비밀에 속한다. 그런데 주애라는 이름이 우리가 들어오고 또 지어왔던 북한 아기이름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남한식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증언했다.

북한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붙여서 짓는 풍습이 있다. 예를 들면 김일성과 김정숙의 장남인 김정일의 이름도 이렇게 지어졌다. 더군다나 여자의 이름에 ‘애’자를 붙이는 것은 오래 전에 지나간 추세라고 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북한에서는 자식이 태어나면 당에 충실하라는 의미에서 ‘충실’, ‘효녀’ ,‘충성’으로 짓기도 한다. 김정일이 대홍단 현지지도할 때 임신한 제대군인 아내가 태어날 아기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현지지도를 마치고 가던 중 차안에서 김정일은 여자가 태어나면 ‘홍단’, 남자면 ‘대홍’이라고 지으라고 말했다.실지로 여자로 태어난 아이는 홍단으로 불렸으며, 이에 대한 노래까지 있는 상황이다.

김정일이 지어준 이름의 뜻은 본인들만이 아니라 새로 태어난 자식들도 대홍단에서 장군님의 뜻을 꽃피우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고 북한 기록영화에도 보여준 내용이다. 더구나 세쌍둥이, 네쌍둥이가 태어나면 ‘총폭탄’, ‘일심단결’의 의미로 첫 글자를 이름에 넣는 것이 충실성의 모범으로 간주되며 온 사회에 일반화되고 있다.

김 씨는 “최근 사람들은 귀한 자식들에게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한다. 더군다나 남한드라마에서 나오는 주인공들 이름을 본따서 해와 별을 이름에 많이 이용한다. 여자애들에게는 ‘다해’, ‘나리’, ‘봄이’라고 많이 짓는다. ‘정애’, ‘성애’, ‘경애’는 오래전에 지어왔던 이름으로서 김일성의 부인 김성애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성애 이름이 공론화됐던 1970년대 중반까지 ‘애’자는 김일성 이름처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글자가 됐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주’는 主(주인 주)로 통용한다. 주애라는 이름을 한자로 풀이하면 ‘사랑의 주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누구나 다 자식은 사랑의 열매이다. 주민들에게는 정치적인 색채로 이름을 지으라고 하면서 김정은은 정작 자기 딸의 이름은 북한식이 아닌 남한식으로 지은 것이다.

그는 “동생이 작년에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별이라고 지었다. 하루는 여맹회의에 아기를 업고 갔는데 여맹위원장이 아기 이름을 묻길래 별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대를 이어 장군님께 충성다하는 의미에서 차라리 충별이라고 지으면 더 좋았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정은은 확실히 외국물을 많이 먹은 사람이다. 부인을 늘 데리고 다니는 것을 봐도 김정일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딸의 이름을 지은 것만 봐도 혁명적인 틀에서 벗어난 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적대국이라고 하지만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남한식 이름을 본딴 것 자체가 수령이기주의이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