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北,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 이행 용의”…‘2ㆍ29 플러스 알파’에 못미쳐 6자회담 재개는 어려울 듯
뉴스종합| 2013-10-10 09:53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북한이 지난 달 베를린에서 열린 비공식 접촉에서 “미국이 6자회담을 재개하면 초기 단계에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을 이행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이 속도를 낼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초빙교수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프로그램의 해체를 종착점으로 하는 대화에 응할 것이며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위트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이같은 조치를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닌, 대화룰 시작하는 초기에 이뤄질 수 있는 조치로 제안했다.

위트 교수는 지난달 24~26일 베를린에서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포함한 북한 측 대표단을 비공식 접촉했다.

북한은 비핵화 외에도 정치ㆍ군사 및 경제 분야에서 협상을 진행하길 바라는 것으로 위트 교수는 전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와 평화조약 체결, 대북제재 해제도 함께 논의하자는 얘기다. 특히 이같은 협상을 과거 제네바 합의 또는 일련의 6자회담 합의와 마찬가지로 여러 단계를 거치며 양측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진행하길 요구했다.

위트 교수는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게 사실이지만 추가적인 조치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며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같은 북한의 제안은 미국 정부로선 탐탁치 않다.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은 지난해 2ㆍ29 합의 당시 거론됐던 비핵화 사전조치의 일부로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ㆍ미 양국 정부가 요구하는 ‘플러스 알파‘에는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에 인공위성 발사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빠져나갈 퇴로를 마련해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라는 전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측이 요구하는 다단계 협상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협상에서도 북한은 식량 원조나 에너지 제공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고 나면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다시 재개하며 핵 능력을 키워 왔기 때문이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