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위안부 무관심 獨대사의 궁색한 변명
뉴스종합| 2013-10-24 11:12
지난달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증언 대장정의 일환으로 독일 5개 도시를 돌며 위안부 피해 경험을 증언했다. 그런데 독일 주재 대사관에선 초청을 받고도 단 한 차례, 단 한 명의 직원도 참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는 찾아와 이 할머니의 아픈 기억을 함께했다. 남보다 못한 조국이었다.

23일(현지시간)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재외공관 국정감사에서 김재신 주독일 대사는 “조국은 해방을 맞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해방을 맞지 못했다”는 말을 누가 했느냐는 물음에 답을 하지 못했다. 바로 일본에 의해 존재조차 부정당한 현실을 고발한 이 할머니의 증언이었다.

김 대사는 대사관의 불참에 대해 “관 주도의 행사라는 오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변명했다. 대사관이 끼면 한국 정부가 의도를 갖고 연 행사라며 일본이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견 이해는 간다. 하지만 할머니의 증언 내용조차 몰랐다는 대목에선 말문이 막힌다. 일본의 꼬투리가 무서워 장 담그는 역할을 포기할 게 아니라, 할머니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민과 관이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았어야 하지 않을까. 이게 우리 안의 또 다른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최소한의 도리다.

최근 외통위 외교부 본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김복동 할머니는 “돈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명예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표명과 윤병세 장관과의 면담을 원했다. “그저 억울한 얘기나 실컷 해봤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원이다.

13~18세의 어린 나이에 일본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 노예로 살아야 했던 피해자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고 단 56명만이 살아있다.

이들이 모두 세상을 뜨기 전에 억울함을 씻어주기 위해선 정부가 일본과 청구권 협정 해석을 위한 협상에 나서는 것 외에도 이분들의 이야기를 진지한 태도로 듣고 널리 알리는 데 적극 나서는 한편, 정부 스스로 소홀히 한 점은 없나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