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한일 정보보호협정, 군불 때는 일본의 의도는?
뉴스종합| 2013-10-31 09:06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이 다시 한일 관계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등 군사 대국화 길을 걷는 일본이 자위대를 정규군으로 인정받고 그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섰다.

30일 국방부에 따르면 11월 11~13일 서울에서 열리는 ‘2013 서울안보대화’ 마지막 날에 니시 마사노리(西正典) 일본 방위성 사무차관과 백승주 국방부 차관 간 양자간 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 양국 국방차관 회담이 성사될 경우 2011년 11월 이후 2년 만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연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체결을 목표로 협의의 진전을 도모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명박 정부 말 밀실에서 추진하다 ”일본 자위대에 군사 기밀을 넘길 수없다“는 여론에 부딪혀 체결 직전 보류한 정보보호협정을 다시 끄집어내겠다는 얘기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협정을 맺은 국가 간에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으로, 국가 간 정보 제공 방법, 정보의 보호와 이용 방법 등을 규정한다.

아베 내각이 정보보호협정에 미련을 보이는 것은 자위대가 정규 군대로 거듭나 한ㆍ미ㆍ일 3각 안보 협조 체제의 한 축을 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재 일본 자위대는 이름 그대로 정규 군대가 아닌 전수 방어를 위한 조직이다. 때문에 미일 동맹에도 불구하고 안보를 주일 미군에 맡기고 자위대는 그 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은 불균형한 의무 관계에 대해 미국은 불만을 갖고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길 요구하고 있다.

자위대가 정규군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주요 안보 위협 요소로 상정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동향에 관심을 갖고 한국 정부가 가진 관련 정보를 얻길 바라고 있다. 그동안 대사관에 상주하는 무관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주고받던 정보를 한일정보보호협정를 체결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따로 작동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형태의 동맹체제를 보완하기 위해 한ㆍ일 간 연결점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의도도 일본의 협정 체결시도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공개된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한일 양국의 지휘통제자동화(C4I) 체계의 시스템 연동을 통해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이 협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아직 정식 군대도 아닌 자위대와 우리 군이 대등한 관계로 군사 기밀을 주고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국방부도 ”국민 여론 상 지금 상황에서 협정 체결을 다시 추진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정보가 필요한 것은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며 “협정은 우리가 앞으로 장기적으로 일본에게 쓸 수 있는 카드로 남겨둬야지, 그냥 내던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