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북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김여정 빠졌지만 백두혈통 부각
뉴스종합| 2014-03-11 15:02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후견인이었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 이후 ‘홀로서기’에 나섰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선택은 ‘백두혈통’이었다.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모든 선거구에서 추대됐던 김정은이 제111호 백두산선거구를 선택했다는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제 7기부터 제 12기까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역임한 김정일의 경우 백두산선거구와 같은 상징적인 선거구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김정일은 7기 황해북도 송림, 8기 평양 용성, 9기 함경북도 무산 선거구에 등록했으며, 이후에는 지역명을 밝히지 않은 채 숫자로만 선거구를 표기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김정은이 김정일과 달리 백두산이 표기된 선거구에 나선 것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라며 “할아버지와 같은 건국영웅도 아니고 아버지처럼 후계자 수업을 오래 받지도 않아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정통성을 혈통으로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역대 선거 때 선거 바로 다음날 대의원 전체 명단을 공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선거 이튿날에는 김정은 당선 사실만 발표하고 나머지 대의원은 하루 뒤에 발표하는 등 김정은의 대의원 추대의 의미를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이 11일 공개한 제13기 대의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선거과정을 통해 정치무대에 공식 데뷔한 김정은의 친여동생 김여정의 등장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었다.

대북전문가는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명의 백두혈통의 본격적인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김경희 건강상태가 안 좋은 상황에서 김여정이 김경희 역할을 점차 대신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백두혈통인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과 김경희 당 비서는 각각 제30호 용흥선거구와 제285호 태평선거구에서 선출됨으로써 건재를 과시했다.

이밖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리을설 인민군 원수 등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오래된 충신들도 제13기 대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북한의 최고 다선그룹에 속하는 양형섭과 오극렬, 김영남은 각각 11선, 10선, 9선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반면 백두혈통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처형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리영호 전 군 총참모장, 현철해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명국 전 작전국장,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로성실 전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장 등은 대의원 명단에서 빠져 북한의 냉엄한 권력현실을 새삼 확인시켜줬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