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아베 속도 모르는데…고민되는 朴대통령
뉴스종합| 2014-03-20 11:08
핵안보정상회의서 정상 만남 유력
한일관계 정상화 획기적 성과 미지수

미국의 중재와 강한 압박으로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여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간 줄다리기는 일단 한숨 고르게 됐다. 그러나 양국 간 엉킨 실타래는 여전히 풀리지 않아 본격적인 양국 정상회담과 관계 회복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핵안보 정상회의에 모이는 것은 각국 정치적 이해득실을 절충한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에 가깝다.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성사시킴으로써 그간 일본이 과거사 부정 언행으로 한ㆍ미ㆍ일 공조를 망쳐놓는다는 국제적 비난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으로선 등 떠밀려 만나는 셈이지만 미국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태인 데다 한국의 최우선 과제인 북핵 문제를 의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과거사 문제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는 아베 총리와의 단독 회담보단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마당에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기반이 되는 3국 공조 복원에 성공하면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한ㆍ일 두 정상이 만난다고 해서 본격적으로 양국관계가 풀릴 것으로 보긴 어렵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과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비록 아베 총리가 고노담화를 승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요구한 외교 채널 협의는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고비다. 당초 이달 26일께로 예정됐던 일본 초등학교 검정결과 발표가 4월 초로 연기됐지만 아베 총리가 독도 영유권 문제와 과거사 기술에 있어 “자학적 역사관을 바꿔놓겠다”고 공언해 온 만큼 납득하기 어려운 일방적 주장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4월 초 발간이 예정된 외무성 외교청서 역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 최악의 상황은 박 대통령과 만나 명분을 챙긴 아베 총리가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야스쿠니 신사 4월 예대제에 다시 참배하는 것이다. 반면 임기 내 신사 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할 경우 한ㆍ일 관계는 다소 진전될 수도 있다. 3국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가 공식 발표를 미루는 것도 일본의 태도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이를 공식화하면 박 대통령이 대일(對日) 관계에서 ‘신뢰와 원칙’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