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게임’을 벌이고 있는 북한이 고도의 양동전술을 펼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4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대남 유화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는 것이 한손에는 도발카드를 쥔 채 다른 손으로는 악수를 청하는 꼴이다.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사실상 모든 준비를 마치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명령만 있으면 언제든지 핵실험 단추를 누를 수 있는 단계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대남 메시지에 혼선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23일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위로 전통문을 보내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북한이 우리의 대형 재난과 관련해 위로의 뜻을 전한 것은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태풍 매미 피해 이후 11년만의 일이다.
뿐만 아니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질문장 역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형식을 띠긴 했지만 대화를 촉구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혼선이 빚어질법한 형국이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완전히 구분해서 가겠다는 것”이라며 “핵실험 준비는 오바마 대통령 순방에 맞춰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고, 세월호 위로 전통문 등은 남북관계 경색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이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양동전술에는 중국의 압력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중관계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친중인사였던 장성택 처형 이후 이전과는 달리 서먹서먹해졌다. 중국이 올해 1분기 북한에 한 방울의 원유도 수출하지 않았다는 것은 현재 북ㆍ중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하면서도 남한에 대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데에는 중국의 압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