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다시 찾아오는 북한 미녀 응원단
뉴스종합| 2014-07-07 11:55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9.19~10.4)에 응원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왔습니다. 7일 ‘공화국 정부 성명’이란 것을 통해서입니다. 최근 선수단 파견 통보에 이은 후속조치인 셈입니다.

우리 정부가 흔쾌히는 아닙니다만, 북측 제안을 수용했습니다. 북한의 성명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내린 조건부 승인인 셈입니다. 단일팀 구성, 공동입장, 공동은원은 곤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남북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이 핵위협을 계속하는 마당에 수요가 커지는 스포츠 분야에서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경우 대다수 국민들이 헷갈릴 우려가 크다는 판단 때문일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한 결정입니다. 물론 이런 일을 예상하고 고민이 컸을 겁니다. 세월호 참사 뒤끝이서 말입니다. 분위기상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일상회복 차원에서라도 수용하는 게 옳습니다. 새로운 모티브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시간도 한참이나 남았으니 말이지요.

이번에 북한 응원단이 오게 되면 4번째가 됩니다. 북한은 때마다 정말이지 미모군단을 보내왔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9년 전인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응원단에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가 여고생 신분으로 포함됐다는 사실입니다. 북한내 최고급 레벨 가정의 자녀들이 다니는 금성학원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입장

참고로, 평양 금성학원은 1992년 기자가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해 들렀던 곳인데, 당시 방과 후 수업의 일환으로 남여 중학생 6인조 밴드가 비틀즈 음악을 연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무튼, 북한이 남한에 파견하는 미녀 응원단 의미는 이처럼 각별합니다. 북한의 첫 응원단 파견은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 때였습니다. 280명 규모의 응원단을 만경봉에 태워 보낸 겁니다. 당시는 2000년 6월 남북 첫 정상회담(김대중-김정일)으로 교류협력이 최고조에 이를 때였습니다.

응원단은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유니폼도 그러했지만 언론 인터뷰에도 생글 웃음으로 임했습니다. 자유분방에 원기발랄 그 자체였습니다. 응원전이 펼쳐지는 경기장엔 정말이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남쪽 남자들, 기자 역시 흐뭇한 마음으로 ‘남남북녀’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즐겼던 기억 새롭습니다. 여성계 일각에선 “수컷들이 킁킁 댄다”며 비아냥대기도 했지만, 누가 뭐래도 그녀들은 하나같이 예뻤습니다.
 

2005년 인천 아시안육상선수권 때 온 북한 미녀응원단(괄호가 리설주)

북한의 두 번째 응원단은 이듬해인 2003년 8월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였습니다. 여대생이 주축이 된 300여명의 응원단 역시 탁월했습니다. 우리 언론들은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기에 바빴습니다. 인기 없는 유니버시아대회에 웬 구름관중? 북한의 세 번째 응원단에 이설주가 포함된 겁니다. 여고교생과 여대생 100여명으로 이들 역시 최상급‘북녀’였습니다.

이제 또 북한 응원단이 옵니다. 그렇다고 넘 들떠선 안 됩니다. 겉보다 속이 실하도록, 그 의미를 키우려 남북 모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작금의 국제정세입니다. 지금 편협하게 북쪽 만 응시할 때가 아닙니다. 좌우앞뒤를 동시에 바라보고 무엇이 국익에 우선이 되는지 잘 따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꺼진 원동기를 다시 돌리는 것이 급합니다. 발동기 소리라도 내야 합니다. 오겠다는 걸 굳이 막아 ‘불통’을 키울 이유는 없습니다.

북한의 태도가 ‘생뚱’맞고 ‘뜬금’없더라도 형편이 월등히 나은 우리가 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들은 지난 4일 국방위원회 명의의 ‘특별제안’을 통해 그날부터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자고 제의하고 진정성을 믿어 달라 몇 차례 투정까지 부렸습니다.

물론,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염두에 둔 말 장난의 느낌이 다분하긴 했습니다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묵살까지 굳이 했어야 했냐는 생각이 남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조치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모릅니다. 일단 반갑게 맞이하고 볼 일입니다. 그 동안 준비 잘하고 또 불씨를 잘 살려나가야 겠습니다. 

/hchw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