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남북고위급접촉 갈수록 첩첩산중...北 위험한 도박으로 긴장 고조
뉴스종합| 2014-10-20 18:26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까지 가는 길이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전격적인 한국 방문으로 남북은 2차 고위급접촉 개최에 합의했지만 이후 남북간 총격전과 사격전까지 벌어지는 등 오히려 대결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우리측이 오는 30일로 제의한 2차 고위급접촉에 일주일째 이렇다할만한 반응은 보이지 않으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9일에는 북한군 10여명이 비무장지대(DMZ) MDL 북쪽 50m 지점까지 접근해 우리군의 경고사격을 유도했다. 북한군은 곧바로 기관총으로 대응사격해와 남북간 교전 양상으로 번졌다.

북한군은 전날에도 오전부터 하루 종일 MDL 경계 푯말을 확인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우리측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갔다.

남북간 군사적 충돌은 2차 고위급접촉 합의 이후 벌써 세 번째다.

앞서 7일에는 북한 경비정이 연평도 인근 NLL을 침범해 남북 함정간 사격전으로 비화됐으며, 10일에는 탈북자 민간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삐라)을 두고 총격전이 발생했다.

북한의 최근 무력시위는 조업중인 어선 단속, 대북전단에 대한 대응, MDL 경계 푯말 정비 등 나름 명분을 내세워 우발과 도발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위험한 줄타기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북한의 이 같은 행태는 박근혜 정부 기간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고위급접촉을 앞두고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서도 2차 고위급접촉 카드를 대남압박용으로 활용하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군사당국자 접촉의 내용을 공개한 ‘공개보도’는 “2차 고위급접촉의 전도가 위태롭게 됐다”고 직접적으로 무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군사당국자 접촉을 제안하면서 황병서 총정치국장 명의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전통문에서는 “귀하의 무례무성의한 입장을 놓고 이미 합의한 고위급접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은 2차 고위급접촉 무산시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DMZ 세계평화공원, 광복 70주년 공동기념사업 등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자신들이 전략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위험한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