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최룡해 · 황병서 치열한 ‘서열전쟁’…또 바뀐 호명순서
뉴스종합| 2014-10-29 09:45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의 2인자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최룡해와 황병서의 경쟁이 뜨겁다.

최룡해와 황병서는 올해 들어 북한 권력서열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매체에 등장하는 호명순서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서열전쟁을 펼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여자축구경기를 관람한 소식을 전하면서 최룡해 당비서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보다 먼저 소개했다.

앞서 노동신문이 지난 24일 김 제1위원장의 군부대 훈련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수행원에 속한 최룡해를 언급하고 현장에서 맞이한 황병서를 나중에 소개한 적은 있다.

하지만 최룡해와 황병서가 모두 수행원에 포함된 상황에서 최룡해를 먼저 호명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통신은 이날 ‘5월1일 경기장 준공’이란 별도의 기사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인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최룡해 동지”라고 소개해 최룡해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복귀했음을 확인했다.

최룡해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호명된 것 역시 지난 4월 이후 6개월여만이다.

이에 따라 최룡해가 황병서보다 북한 내 권력서열에서 앞서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매체에서 등장하는 최룡해와 황병서의 호명순서가 뒤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장성택 처형 이후 명실상부한 2인자로 평가받던 최룡해가 군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되고 황병서가 그 자리를 꿰차면서 북한 매체는 이전과 달리 황병서, 최룡해 순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을 계기로 황병서가 최룡해와 함께 인천을 방문했을 때에도 2인자 황병서, 3인자 최룡해의 순서는 확고부동한 것처럼 보였다.

황병서는 류길재 통일부장관과의 티타임 때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오찬회담 때는 김양건 당비서에게 발언순서를 넘기는 등 말을 아꼈지만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만남에서는 “오솔길을 냈는데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며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표방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자신이 북한의 2인자로서 ‘총리급’이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풀이됐다.

최룡해 역시 황병서에게 ‘단장님’이란 호칭을 쓰고 같은 차량으로 이동할 때에도 상석을 내주는 등 깍듯이 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황병서가 2인자 자리에 올랐던 것은 일시적인 것으로, 김 제1위원장이 올해 초 다리를 절고 당뇨증세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룡해의 건강을 고려해 업무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였다며 최룡해의 2인자 위상은 변함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의 혁명동지인 최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라는 점을 후광으로 하는 최룡해와 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용희(고영희)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등 김 제1위원장이 어릴 적부터 가까웠던 황병서의 배경이 만만치않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서열전쟁은 앞으로도 지켜봐야한다는 분석이 더 힘이 얻고 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