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드론 떠다니는 세상인데…‘삐라풍선’에 발목잡힌 남북
뉴스종합| 2015-01-08 11:09
北, 대화 내걸고 전단지 살포 견해 요구
양자택일 내몰린 우리정부 복잡한 속내


‘삐라(전단지)’가 남북 대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인비행체 드론이 오가는 시대에 ‘풍선’과 ‘전단지’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21세기가 민망하기까지한 ‘삐라전쟁’이다. 북한이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단지 살포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한층 상황은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국방위원회 담화를 통해 “‘표현의 자유’, ‘체제 상 특성’ 등을 구실로 (삐라 살포를) 저지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대화인가 대결인가 양자택일의 길에서 똑똑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은 지난 5일 이뤄진 대북전단 살포를 언급하며 “이런 당국과 마주앉아야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이치”라고 비난했다.

또 “오는 20일에는 미국땅에서까지 정의의 보복징벌을 받는 불순반동테러선동영화를 수록한 DVD와 USB를 북한에 살포하겠다며 외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탈북자단체가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더 인터뷰’를 북한에 살포하겠다고 예고한 사실을 북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남조선의 현 집권자도 ‘북한의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서슴없이 떠들어 대고 있다”며 지난달 제3차 통일준비위원회 회의 발언을 비난했다. 담화는 “남조선 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각성있게 지켜볼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북한이 삐라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재차 요구하면서 정부도 한층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부는 원칙적으론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에 전단지 살포가 인지된 경우에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겠다는 여지도 남겼다.

당장 탈북자단체가 오는 20일 ‘더 인터뷰’ 살포를 예고한 만큼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관심이다.

북한도 이날 행사를 직접 언급하고 있어 남북관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