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데이터랩] 탈북자들, 교육에 더 목마르다
뉴스종합| 2015-02-25 07:42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넘어온 이들에게는 자신의 기구한 삶을 자녀들에게 만큼은 물려주지 않으려는 염원이 간절하다.

이를 위한 거의 유일한 출구로 기대고 있는 곳이 바로 교육이다.

하지만 교육은 2만7000여명의 탈북자들에게 가장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벽이기도 하다.

4년제 대학 진학을 꿈꾸던 탈북청소년 A씨는 우여곡절 끝에 원하던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의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 힘든데다 생활비 마련마저 힘겨워 중도휴학하고 말았다. 언젠간 다시 캠퍼스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실현될지는 본인도 확신이 어렵다.

특정 개인의 얘기가 아니다.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이 탈북자 1만2777명과 탈북청소년 744명, 그리고 제3국 출생 탈북자 자녀 9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최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 평균값에 따른 현실로 나타나는 얘기다.

▶탈북청소년 66.4%, 남 청소년 58.9% 대학진학 희망=남북하나재단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자 부모의 76.0% 이상이 자녀를 4년제 대학 이상으로 교육시키기를 희망할 정도로 높은 교육열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일반국민에 비해 경제형편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자녀교육비에 대해서는 덜 부담스러워하는(탈북자 59.1%, 일반국민 69.3%) 것으로 나타난다.


탈북자 출신의 김병욱 북한학 박사는 “남한 정착 탈북자들 가운데는 북한에서도 소외된 변방 지역 출신으로 학업에 한이 맺힌 사람들이 많다”며 “자식들에게 만큼은 자신들이 배우지 못한 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또 “남한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한다는 생각과 함께 지연, 혈연이 전무한 상황에서 그나마 학연에라도 기대하고 싶은 측면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탈북청소년들의 인식도 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탈북청소년들의 희망 최종 학력은 4년제 대학교가 66.4%로 가장 높았다. 이는 일반청소년들의 58.9%보다 높은 수치다. 일반청소년 4.5명 중 1명이 전문대학을 희망한데 비해 탈북청소년은 10명중 1명만이 전문대학을 희망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5명중 1명은 대학원 진학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와 영어 때문에 학업 접기도=하지만 이들의 꿈이 모두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다. 남북하나재단이 전문대학과 일반대학교를 다닌 9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휴학 경험자가 185명, 자퇴경험자는 15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 이상이 학업을 접은 경험이 있는 셈이다.


휴학이나 자퇴 사유로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가 30.3%로 가장 많았다.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28.6%,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워서가 17.8%, 그리고 취업준비를 위해서가 15.7%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대학을 계속 다녀야할지 고민중(7.6%), 경제적 도움 또는 가족을 남한으로 데려오기 위한 비용 마련(5.4%), 더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4.3%), 기타(22.2%)로 나타났다.


한 대북전문가는 “탈북청소년의 경우 특별전형과 등록금 지원을 통해 입학이 일반청소년에 비해 쉬운 편”이라며 “정작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남한 교육시스템에서 교육받은 학생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입학보다는 졸업에 초점 맞춘 맞춤형 교육 필요=이 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에 새롭게 형성된 사회적 소수자이며 인생의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인 청소년기를 거치고 있는 탈북청소년들의 어려움이 간단치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탈북학생 전담코디네이터 배치를 늘리고 장학금 확대 및 학습진로지도 연계 멘토링 프로그램 도입 등 교육관련 정책을 발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입학생 숫자를 늘리는 식의 보여주기 정책이 아닌 졸업과 취업의 연계 강화 등 실질적 대책이 우선시돼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병욱 박사는 “이러저러한 정책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졸업이 아닌 입학에 중점을 둔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대학별 동아리 활동과 탈북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 도입 등 학업 외적인 지원을 통해 일단 들어간 학생들에 대한 관리가 함께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