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엄친아’ 메르켈을 둔 ‘엄아’ 아베의 짜증(?)
뉴스종합| 2015-05-04 09:16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행간에는 짜증이 담겨 있다. 나도 내 모자람을 잘 알고 있는데, 왜 계속 ‘엄마 친구 아들’과 비교하느냐는 불만이다. 차라리 없다면 그냥 시원하게 욕 한번 먹고 끝날 것을, ‘엄친아’의 존재는 끊임없이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비교당하고 또 비교당한다. 그래서 짜증을 내면 더 못나 보인다. 엄친아를 곁에 둔 ‘엄아(엄마 아들)’의 숙명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엄친아’와 ‘엄아’가 있다. 전범(戰犯)의 부끄러운 역사에 임하는 태도만 놓고 볼 때는 말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일(현지시간) 나치 강제 집단수용소인 바이에른주 다하우 수용소를 찾았다. 독일 현직 총리가 수용소 해방 기념식에 참석한 건 메르켈 총리가 처음이다. 

과거사 반성의 ‘엄친아’ 메르켈 총리는 이번에도 그다운 진심을 보였다. “나치와 생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갇히고 고문받고 죽임을 당했다”며 “희생자를 위해, 우리(독일) 자신을 위해, 미래 세대를 위해 이를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용소 생존자에겐 “나치 과거사를 생생하게 들여주는 산증인”이라며 사의를 표했다.

수용소와 생존자. 메르켈 총리 이번 행보의 두 키워드는 자연스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떠올리게 한다. 아베 총리도 최근 방미 일정 중 수차례 산증인과 직면했다. 일본군에 끌려간 군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가 미국을 찾았다. 연설장 앞에서 아베 총리를 기다렸다. 과거사의 산증인과 마주치는 순간, 아베 총리의 선택은 ‘뒷문’이었다.

아베 총리화(化)해 생각해보면, 메르켈 총리가 참 미울 지 모르겠다. ‘엄친아’를 둔 탓에 아베 총리는 또 비교당한다. 메르켈 총리는 수용소를 직접 찾아가 산증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베 총리는 직접 찾아오기까지 한 산증인을 피해 뒷문으로 사라졌다.


메르켈 총리는 2013년에도 다하우 수용소를 찾았다. 2009년엔 무릎까지 꿇고 과거사를 반성했다. 그는 “나치의 만행을 기억하는 건 독일의 영원한 책임”이라는 말을 수차례 남겼다. ‘엄아’와 ‘엄친아’의 간극은 이처럼 크다. 엄아는 짜증 날만도 하다. 그런데 엄아는 정작 본인의 모자람을 모르는 듯하다. 그런 엄아를 바라보는 우리들은 짜증을 넘어 분노가 인다. 

이왕 엄친아와 비교하는 김에 하나 더. 독일 나치 수용소처럼 일본도 최근 전범 수용시설 알리기에 나섰다. 그런데 그 무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

조선인을 강제 징용해 하루 12시간씩 지하 700m 깊이에서 강제 노동을 시킨, 소위 ‘지옥도‘라 불린 군함도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이를 ‘산업혁명의 세계 유산’이라 자랑한다. 데칼코마니 같다. 같은 배경을 두고 정확히 정반대의 길만 걷는다. 엄친아와 비교하지 말라고 시위라도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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