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취재X파일]‘MB의 유산’ 5ㆍ24조치, 朴 정부까지 5년째
뉴스종합| 2015-05-24 10:35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24일은 5ㆍ24조치가 단행된 지 5년째 되는 날입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체감하는 남북관계는 훨씬 더 길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50년이라도 된 것처럼 남북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시간을 5년째 보내고 있죠.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으로만 감안하면 “만에 하나 통일이, 혹시 된다면 대박일지도” 정도로 풀어써야 할 것 같습니다. 대박이겠죠. 통일이 된다면 말입니다. 대통령을 두고 마차 언급할 수 없는, 원색적인 비방까지 쏟아내는 북한을 보고 있으면, “통일은 대박”이란 말이 더 멀게 느껴집니다.

5ㆍ24조치 이후 5년은 남북관계의 암흑기를 가져왔습니다. 5ㆍ24조치는 2010년 5월 24일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대북 제재 조치입니다. 그해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는 그 대응으로 5ㆍ24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 교역 중단, 국민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 보류 등이 주 내용입니다. 인도적 목적일지라도 사전에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대북 지원을 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5ㆍ24조치로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북한에 묻는 동시에, 남북관계의 강경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권 이후 교류가 삐걱거리던 남북은 5ㆍ24조치 이후로 최악의 경색 국면에 접어듭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그때나 지금이나 천안함은 북한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5ㆍ24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도 5ㆍ24조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북한은 여전히 5ㆍ24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북한의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평행선을 달린 채 그렇게 오늘로 5년이 지났습니다.

5ㆍ24조치는 이유와 조건을 떠나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임은 분명합니다. 당장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경영난을 호소하고, 파산 위협에 시달립니다. 민간교류가 제한돼 있으니 올해가 광복 70주년이지만 남북 간 의미 있는 행사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습니다. 70주년이란 기념비적인 시기이기에 아쉬움이 더합니다.

5ㆍ24조치의 실효성 여부도 있습니다. 5ㆍ24조치로 남한의 대북 투자가 제한되지만, 북한은 오히려 러시아나 중국 등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한다는 주장이죠. 남한이 북한의 유일한 경제 통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가 오히려 북한 경제의 중국ㆍ러시아 종속화를 가져온다는 우려입니다. 최근 북한은 원유ㆍ전력 공급 등에서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넓히고 있습니다.

출구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5년이 지나, 이제 와 북한이 돌연 천안함 사태의 책임을 인정하리라 기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정부도 무턱대고 5ㆍ24조치를 해제하기엔 명분이 부족하죠. 명목상으론 5ㆍ24조치를 유지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하나씩 남북의 조율 하에 규제를 풀어가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혹은 북한에 천안함 책임을 인정하는 ‘수위’를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외교란 건 ‘수위’의 협상이니까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과거사 사죄를 얻어내는 것도 표현에 대한 ‘수위’가 중요하듯 말입니다.

그 전제는 남북 대화일 것입니다. 물론 대화조차 그리 쉬워 보이진 않는 게 5ㆍ24조치 5년째를 맞이하는 오늘날입니다. ‘통일 대박론’이 언제 나왔었나 생각해봅니다. 벌써 가물가물하네요. 오래전 일 같이 느껴집니다. 화두는 나왔는데, 진전은 없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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