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한국에 불똥 튄 남중국해 안보 분쟁
뉴스종합| 2015-06-05 09:04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중국의 미국과의 신형대국 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의 불똥이 한국에까지 튀었다.

미국은 중국과 격하게 대치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길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지만,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이어 미ㆍ중간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또 하나의 쉽지 않은 숙제를 떠안게 된 형국이다.

불똥은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발언으로부터 촉발됐다. 러셀 차관보는 최근 미 현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국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분쟁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한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편적 원칙과 국제적 규범을 지지하는 측면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언급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며 “한국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셀 차관보의 발언은 관련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남중국해와 관련해 한국이 어느 쪽에 설 것인지 압박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14일 방미를 겨냥해 그전에 입장을 정리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이 얽혀 분쟁을 벌이면서 아태지역의 가장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최근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중국해에 전투기와 전함들의 항구적 기지 역할을 할 인공섬을 조성하고 무기를 반입하면서 지역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까지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군사작전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밝히는가 하면 미국 내 싱크탱크에서는 우발적 사고, 중국의 의도적 위협, 간접 충돌 등으로 인한 미ㆍ중간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요 2개국(G2)으로 국제질서를 양분하고 있는 미ㆍ중간 무력충돌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재앙일 수밖에 없다.

필리핀, 베트남과의 합동군사훈련 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의 구상은 지역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까지 끌어들여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외교소식통은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 총리가 폭넓은 외교활동을 펼치면서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 견제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의 입장은 존중하겠지만 한ㆍ미ㆍ일 3각공조를 통한 중국 견제 카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는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이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이행되고 중국과 아세안간 협의중인 행동규칙도 조속히 체결돼 평화와 안정이 계속 유지되길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정부 당국자도 러셀 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우리에게 새로운 역할이나 조치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무역국가이자 분쟁 당사자가 아닌 한국이 보편적 원칙과 국제적 규범을 지지하는 언급을 할 수 있다는 견해 표명”이라며 “일반론적 차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정부가 보다 명확히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미국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다 식으로 할 문제가 아니다”며 “한국이 확실한 입장을 밝히면 미국이나 중국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는 만큼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