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국정원, 왜 ‘5163 부대’라 부를까… 유래를 둘러싼 설과 씁쓸한 결론
뉴스종합| 2015-07-18 10:07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가정보원의 해킹 및 도ㆍ감청 의혹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육군 5163부대’가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보안업체가 해킹 당하면서 유출된 상담 이메일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5163부대 명의로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실시간 도ㆍ감청할 수 있는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부터 ‘5163부대’는 국정원 직원들이 은행 대출 등을 받을 때 내는 재직증명서에 쓸 정도로 국정원의 다른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명칭의 유래와 관련해선 우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5월16일 쿠데타 때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장도영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내세웠다가 6월에 쫓아내고 정권을 장악한 시점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12월까지 51년 6개월의 시간차가 난다는 점을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5163부대의 존재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알려져 있었다는 점에서 황당한 얘기라 할 수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18대 대선 득표율 51.6%와 연계시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1577만3128표를 얻어 51.5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굳이 51.6%를 만든다고 해도 51.63%가 아닌 이상 어색하긴 마찬가지고, 앞서 언급했듯 5163부대는 박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정설로 볼 수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5ㆍ16 쿠데타와 박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51.6%,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 정권 장악과 박 대통령의 당선까지의 51년6개월 등 ‘516’ 숫자 3개를 묶어 5163 부대와 묶는 글도 있지만 그야말로 호사가들의 ‘작품’일 뿐이다.

5163부대 명칭의 유래와 관련해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D데이 H아워’를 땄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와 관련,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7월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흔히 국정원을 부를 때 부대 명칭 5163으로 부른다. 왜 그런지 아느냐”고 묻고, 이 후보자가 “모르겠다”고 답하자 “5163 부대는 5ㆍ16 쿠데타 때 박정희가 새벽 3시에 한강 넘은 거(에서 유래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당시 국정원의 또 다른 위장이름인 7452부대에 대해서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7ㆍ4 남북공동선언을 위해 방북할 때 날짜가 5월2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결국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별칭은 어두운 한국현대사에서 비롯됐거나 권력자를 기념하는 씁쓸한 수준인 셈이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