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美·中 사이…朴대통령은 아직 고심중
뉴스종합| 2015-08-19 11:26
임기 하반기에 접어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중국인의 항일전쟁 승리 및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전승절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주요 2개국(G2)으로 한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박 대통령의 다음 달 3일 열리는 중국 전승절 참석 여부에 대해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자칫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전직 관료와 전문가, 그리고 관영매체를 내세워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차관보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박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과 열병식 참석을 분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의 목표가 평화와 협력, 화해에 있다면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그 같은 목표에 다가설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실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도 “중국의 전승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어떤 민주국가의 지도자도 중국 열병식에 참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박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된다며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12일 “박 대통령이 중국의 열병식 참석과 관련해 미국 등의 압력에 직면해 있지만 매우 낮은 수준으로 강제성이 없다”면서 “한중 양국이 우호적인 이웃이며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라는 점 등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할 합당한 이유는 아주 많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이 일제 강점기 한국에 저항운동 근거지인 임시정부 은닉처를 제공했다는 점과 북한 고위급 지도자가 참석하는 만큼 남북이 열병식을 계기로 고위급 접촉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대상국이라는 점과 남북관계, 그리고 항일운동 역사까지 끌어들여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한중과 일본 사이의 역사문제와 한미일과 북중간 군사문제가 얽히면서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가 넓지 않다”며 “중국이 이번 전승절과 열병식을 군사굴기(軍事堀起)를 과시하려는 마당으로 삼으려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오는 25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박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하반기 외교정책의 큰틀이 가닥 잡힐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전승절에 맞춰 중국을 방문하되 열병식은 참석하지 않는 방안이 거론된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