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남북관계, 억지 고리 끊었다
뉴스종합| 2015-08-25 12:06
남북 8·25합의 무엇을 남겼나

충돌위기 마주앉아 해소 의미
北 주어 명시 유감표명은 처음
한미연합훈련중 대화 이례적
7년단절 남북관계 새 전기


▶관련기사 2·3·4·5·9·18·19면

최악의 파국을 피해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기를 만들었다.

남북은 22일부터 25일 새벽까지 ‘무박 4일’ 이어진 지난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조성된 군사적 대치 상태를 해소하는데 성공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북측의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와 만나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을 받아내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당국자 회담의 조속한 개최와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민간교류 활성화 합의 성과도 거뒀다.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병력이 맞서고 있는 비무장지대에 흐르던 긴장감을 걷어내고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남측 입장에서는 북한의 지뢰도발뿐 아니라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없다는 점에서 아쉽고, 북측으로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넘어 철거까지 못 갔다는 점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면전 불사’(북한 외무성 성명), ‘단호한 응징과 혹독한 대가’(한민구 국방부장관 담화) 등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에서 벗어났다는 자체만으로도 평가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대치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국면에서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지난 7년 동안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당면한 군사적 긴장을 해소했다는 의의가 있다”며 “북측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기간 대화에 나선 사례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 말리는 협상 과정 이상으로 이후 합의안을 지켜가기 위한 남북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 교수는 “지난 남북관계를 보면 합의 이후에도 늘 해석을 둘러싸고 문제가 생기거나 이행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며 “합의문구가 잘됐느니, 못됐느니 따지기보다는 합의 이행을 어떻게 강제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남북이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실용주의적 태도로 대타협을 이루지 못하면 남북관계는 단기간 대화 뒤 장기간 냉각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수석대표의 격 문제와 대북전단 살포문제로 남북대화가 무산됐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대원ㆍ양영경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