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또 보고 싶지만 못 만난 양반들이 가야지”…‘60년의 그리움’에 눈물 흘린 이산가족
뉴스종합| 2015-09-10 09:43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내 욕심 같아서야 또 만나고 싶지만 한번도 못 만나본 양반들이 가야지”

앞서 60년 넘게 그리워하던 부모ㆍ형제와 2박3일의 짧은 만남을 가졌던 이산가족 상봉자들은 대한적십자사(한적)가 9일 무작위 컴퓨터 추첨을 통해 500명의 1차 이산상봉 후보자를 선정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떨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다시 한번 젖어 들었다.


 
남북이 10월20~26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기로 하고 대한적십자사가 500명의 1차 이산상봉 후보자를 선정한 가운데 앞서 북한의 가족을 만났던 상봉자들은 다시 한번 그리움에 잠겼다. 사진은 9일 한적에서 열린 이산상봉 후보자 추첨에서 떨어진 가족이 눈물을 훔치며 돌아서는 모습.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이들은 한번이라도 더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다른 이산가족들이 순탄하게 상봉행사를 가질 수 있기를 한 목소리로 기원했다.

지난해 2월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북한에 살고 있던 언니 우영식(81) 할머니를 만난 우한식(78) 할머니는 10일 “1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아쉬움이 없겠어”라며 “그래도 나는 한번이라도 봤지, 못 간 사람도 많은데 이번에 그 분들이 가야지”라고 말했다.

우 할머니는 “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한다고 하니깐 나도 1년 전에 그랬는데 다른 분들도 얼마나 떨리고 잠도 못 자고 그럴까. 그분들이 잘 만나고 오셔야지”라고 했다.

우 할머니는 몇 차례 화상상봉을 신청했지만 무산되는 바람에 손을 놓고 있었는데 언니가 북한에서 먼저 생사확인을 해와 이산상봉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우 할머니는 “여기서 신청해도 될까 말까인데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어”라며 “처음에는 언니 얼굴도 못 알아보고 이름 보고 찾았는데 금세 엄마 얼굴이 나타났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2월 북측의 여동생 장금순(77) 할머니와 남동생 장화춘(74) 할아버지를 만난 장춘(82) 할아버지 역시 20여개월이 지났지만 동생들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했다.

장 할아버지는 “마지막에 금강산에서 떠나려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창밖에서 동생들이 손을 흔드는 거야. 너무 가슴이 아팠어. 지금이라도 살았는지 죽었는지 연락이라도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한이야 한”이라며 북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장 할아버지는 그러면서도 “내 욕심 같아서야 또 가고 싶지만 한번도 못 만나본 양반들이 가야지”라고 말했다.

특히 2013년 9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기다리다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로 돌연 연기됐을 때를 떠올리면서 “이번에는 잘 돼서 한번에 돼야 돼. 가시는 분들에게 꼭 잘 다녀오시라는 말 좀 전해줘요”라고 당부했다.

이미 흩어진 가족을 만났던 상봉자들은 현재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2009년 9월 북측의 가족을 만난 한 상봉자는 금강산으로 가기 전날 방북교육을 받는데 사실상 반공교육으로 진행돼 듣기 거북했다는 말을 남겼다.

최근에는 방북교육 등 사전교육이 영상으로 대체되는 등 다소 개선된 상황이다. 다만 교육의 내용이 보다 현실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봉자는 “가기 전에 어차피 다 뺏기니깐 달러도 조금만 가져가고 비싼 물건도 가져가지 말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막상 금강산에 가니깐 우리만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것 같아 죄스러웠다”며 “실제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상봉자는 또 “처음에 같이 자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2박3일 동안 5번 정도인가 밖에 못 만났다”면서 “지금이야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지만 막 돌아왔을 때에는 아쉽고 허전해 오히려 응어리만 커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