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南北, 당국회담 실무접촉 돌입…이번에도 ‘무박협상’?
뉴스종합| 2015-11-26 09:39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은 26일 오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당국회담 실무접촉에 들어갔다.

남북은 8ㆍ25 합의 첫 번째 조항에서 합의한 당국회담과 관련해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와 의제, 시기, 장소 등을 협의한다.

현재로선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과 의제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커 마라톤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왼쪽)이 26일 오전 남북 당국회담 실무접촉에 앞서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우리측 수석대표로 나서는 김기웅 남북회담본부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이날 김기웅 남북회담본부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우리측 대표단이 출발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8ㆍ25 합의의 모멘텀을 살려나갈 수 있도록 회담에 임하겠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도록 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판문점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남북이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합의했던 사항들을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북은 실무접촉에서 당국회담의 수석대표 격 문제를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펼칠 전망이다.

실무접촉 성사 과정에서 통일부와 통일전선부간 이른바 ‘통통라인’을 활용했던 우리측은 내심 당국회담 수석대표로 홍 장관과 북한의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을 기대하는 기류다.

반면 북한은 이 과정에서 홍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내세울 것임을 내비쳤다.

남북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지난 2013년 6월 장관급회담 개최에 합의해 놓고도 ‘격’ 문제로 무산된 전철을 되풀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당국회담 실무접촉에 참석하는 남측 대표단이 26일 오전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떠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측 대표단은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가운데)을 수석대표로 김충환 통일부 국장, 손재락 총리실 국장 등 3명이며, 북측 대표단은 황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을 수석대표로 김명철, 김철영 등 3명이다.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남북이 당국회담 수석대표 격 문제의 고비를 넘는다면 남북현안과 관련된 의제라는 본질적인 문제와 맞닥뜨려야 한다.

우리측은 이산가족 문제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건립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와 천안함 폭침에 따른 5ㆍ24 대북조치 해제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실무접촉을 앞두고 우리 군의 2015 통합화력 격멸훈련과 서해해상사격훈련, 미국 핵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부산 입항 등을 거론하면서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치는 도발행위라며 기선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와 관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5일 ‘관계개선 의지는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글을 통해 “8월의 북남 합의 이전이나 이후나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서 달라진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며 “앞에서는 대화와 협력을 운운하면서도 돌아서는 외세와 공모해 동족을 모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8ㆍ25 합의를 도출한 고위당국자 접촉이 ‘무박4일’간 이어지고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이 ‘무박2일’을 끌었던 것처럼 장기화할 수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통합화력 격멸훈련과 로널드 레이건호 입항, 북핵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강조 등을 비난하고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기 어려워 오늘도 밤샘협상을 이어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