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취재X파일] 연초 군 훈련 활발…까닭은?
뉴스종합| 2016-01-31 13:39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우리 육해공군 전 군이 연초부터 실전과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군에서는 매년 연초 해오던 훈련을 이어나가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지난 6일 감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 여파로 각 군 훈련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북한 4차 핵실험이 감행된 6일 다음날인 7일 합동참모본부는 작전사령부 전원 참가 작전지휘관 화상 회의를 통해 “차후 상황 진전에 따라 북한 추가도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군사대비 태세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쌍매훈련에 참가한 한미 공군 조종사들이 F-16CM 전투기 앞에서 비행에 앞서 토의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본부]

합참 관계자는 “이번에 열린 작전지휘관 화상 회의는 지난 6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과 관련, 추가 적 도발 시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하기 위한 대비태세를 확립하는 차원에서 실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순진 합참의장은 “차후 상황 진전에 따라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작전사 이하 전 부대는 적의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예의주시하여 적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만약 적이 도발한다면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하여 현장에서 완전작전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이 의장은 북한 핵실험 직후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과 화상 통화 및 공조회의를 통해 북 핵실험 평가 및 공동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실시간 긴밀한 한미 공조태세를 유지했다.

북한 핵실험으로 대북정세가 변화함에 따라 주한미군은 지난 9일 경기도 포천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중단했던 사격훈련을 재개했다.

지난 12월 30일 미 해병대 훈련 중 사격장 주변 민가에 포탄이 날아드는 사고가 발생, 모든 훈련을 잠정 중단한 지 10일만이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군 훈련장인 영평사격장은 주한미군 2사단뿐만 아니라 미8군 사령부 예하 부대들이 실사격 훈련을 하는 곳이다.

11일에는 이순진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경기도 오산에 있는 우리 군 공군작전사령부와 미 7공군사령부를 방문해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한미공군의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했다.

이 의장과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와 탄도탄작전통제소(KTMO CELL)에서 이왕근 공군작전사령관과 테런스 오샤너시 미 7공군사령관으로부터 대비태세 현황을 보고받았다.

KAOC는 한반도 상공에 진입하는 모든 항공기를 식별하고 적성국 항공기에 대해서는 즉각 조치를 하는 곳이다. 전시에는 한미연합 공군작전의 지휘부 역할을 한다. 패트리엇(PAC-2, PAC-3) 미사일 부대를 지휘하는 KTMO CELL은 북한의 탄도탄을 탐지, 식별, 요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특전사사령관 등 주요 직위자들이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이기 위해 올해 첫 강하훈련에 단체로 참가했다. [사진=특수전사령부 제공]

▶북한 핵실험 후 육해공군 훈련 이어져=지난 13일에는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정체 미상의 항체가 경기도 파주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탐지돼 군의 대비태세가 더욱 강조됐다. 당시 우리 군이 경고방송 후 경고사격을 실시하자 북한 무인기 추정 물체는 북측으로 돌아갔다.

해군은 지난 15일 충남 태안 서방 해상에서 올해 첫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훈련에는 신형 호위함 경기함(2500t)을 비롯해 호위함(1500t), 초계함(1000t), 유도탄 고속함(400t) 등 수상함 5척과 링스 해상작전헬기가 참가했고 훈련에서 전술기동, 127mm 및 76mm 함포와 40mm 부포를 이용한 대함실사격, 적 잠수함을 잡기 위한 대잠실사격(폭뢰투하) 등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지난 18일 최신형 전차(탱크)인 K-2 흑표전차의 도하훈련 장면을 최초로 공개했다. 흑표전차는 수중으로 최대 4.1m까지 잠수해 도하할 수 있고 항속거리가 450㎞에 달하는 국내 최신형 탱크다.

26일에도 군의 대비태세 점검은 이어졌다.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26일 오후 동해 경비함정과 1함대사령부 등 작전부대를 방문해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수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전사령부는 사령관과 주요 참모들이 새해 첫 강하 훈련에 이례적으로 단체로 참여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장경석 사령관과 주요 참모 등 총 46명은 장병들과 함께 27일 경기도 광주의 특수전교육단에서 올해 첫 강하훈련을 실시했다. 특수전사령부 수뇌부가 한 번에 단체로 강하 훈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특전사 관계자는 “북한 도발 등 안보 위기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 특전사 수뇌부가 솔선수범하겠다는 차원에서 올해 첫 강하훈련에 단체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연합훈련도 활발..3월엔 첫 4D 작전 실시할 듯=한미 해병대의 설한지 연합훈련도 이어졌다.

해병대사령부는 지난 19일부터 한미해병대가 강원도 평창 황병산에 위치한 해병대 산악종합훈련장에서 동계 연합작전 수행 능력 배양을 위한 연합 설한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해병대 관계자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함께 세계 2대 동계전투로 불리는 장진호 전투 사례에서 보듯이 혹한환경 극복이 전투 승리의 선행조건이라는 것에 한미 해병대가 공감대를 이뤄 이번 훈련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공군도 한미 연합훈련인 쌍매훈련에 돌입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훈련에는 한국 공군 제20전투비행단 KF-16 14대, 미 공군 51비 36대대 소속 F-16CM 4대가 참가해 26~29일 실시됐다.

한미 공군은 이 훈련에서 최신 항공무기체계 정보와 전술을 공유하는 연합전술 토의부터 시작해 근접항공지원, 공격편대군, 공대공전투 등 공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 실전과 같은 훈련을 펼쳤다.

이에 대해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쌍매훈련 프로그램은 한미 양국 공군의 연합작전 수행능력 유지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 훈련은 한미 동맹관계와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군 당국은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을 탐지하고 파괴하는 일련의 대응 체계인 ‘4D 작전’의 첫 연합연습을 이르면 3월에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애초 계획보다 이 훈련의 일정을 앞당겨, 이르면 3월 실시될 키리졸브(KR) 연습 때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첫 연합연습 조기 실시에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4D는 탐지(Detect), 교란(Disrupt), 파괴(Destroy), 방어(Defense) 등 ‘4단계 작전선’의 앞글자를 딴 용어로, 유사시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징후가 포착하면 선제타격을 해서라도 우리 상공으로 진입하기 전에 파괴한다는 작전개념이다. 유사시 북한의 핵과 생화학탄두, 탄도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개념까지 포함하고 있다.

연초 전 군에서 강도높은 훈련이 전개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군 당국자는 “매년 하던 훈련을 이어나가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북한 핵실험 이후 군 내부에서도 이를 의식해 더욱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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