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북한, 파키스탄 롤모델 삼아 ‘체제 인정’ㆍ‘핵보유국 인정’ 노린다
뉴스종합| 2016-02-12 10:13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이 1990년대 열강의 온갖 압력과 제재를 뿌리치고 핵실험을 강행해 핵 개발 및 보유를 인정받은 파키스탄을 롤모델 삼아 강경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질랜드헤럴드는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을 보면 북한의 꼼수가 보인다”며 “온갖 제재에도 김정은은 핵을 빌미로 삼대가 독점하는 정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핵보유국으로 부상하고자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북한은 1990년대 핵실험을 강행한 파키스탄의 행보를 고스란히 따라하고 있다. 북한의 제 3차ㆍ4차 핵실험 장소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정상 부근의 지하터널이다. 파키스탄은 남부 신드주의 주도인 카라치에서 서쪽으로 약 480km 떨어진 라스코 산맥에서 핵 실험을 벌였다. 1998년 파키스탄은 무려 5개의 핵폭탄을 동시에 터뜨려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북한과 파키스탄의 핵 실험장의 구조가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7일 일본 오키나와 상공에서 포착된 북한 미사일의 모습 [자료=NHK방송]

북한이 파키스탄과 유사한 행보를 택하는 배경에는 국제정세가 긴밀하게 얽혀있다. 지난 2001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을 응징하기 위해 다양한 제재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같은해 9.11 테러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은 돌연 파키스탄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당시 파키스탄에 매년 15억 달러를 지원하고 파키스탄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 최근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활동영역이 광범위해지고 경제위기로 허덕이는미국에 북한의 핵무기는 체제 유지를 위한 마지막 보루로 작용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관계설정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 임기에 접어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신 차기 대통령과 평화협정 협상을 벌이기 앞서 유리한 판을 짜고 있다는 뜻이다. 뉴질랜드헤럴드는 “북한이 미국 핵을 더 무서워하면 무서워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북한이 핵ㆍ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는 것은 파키스탄 때처럼 자신들의 두려움을 핵무기로 극복하고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국 인디펜던트 지는 “김정은이 세습한 이후 이룬 성과는 핵ㆍ미사일 실험으로 한 강성대국 정책 외에는 없다”며 “리더십을 부각시키고 국제사회에서 소외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중국이 북한을 회유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확인된 사실”이라며 “도발을 수차례 반복하는 북한을 제지하기 위해서는 경제 제재가 그나마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