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이 체결돼야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공동실무단이 가동된다. 미국이 약정 체결을 미루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만 쳐다보는 형국이 되면서 사드는 ‘계륵’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사드 발사장면 |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공동실무단 가동을 위한 약정을 지난달 23일 체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시기와 맞물리면서 미국 측 요청으로 약정 체결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미 당국자들은 “하루나 이틀쯤 연기될 것”이라고 했지만, 며칠 후 “1주일쯤 연기될 것”이라고 했고, 현재는 “약정이 언제 체결될 지 알 수 없다”로 계속 말이 바뀌고 있다.
한편,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는 별개”라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중국 측은 대북 제재에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지속적으로 한미 양국 측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즉, 한미는 사드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중국의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찬성이라는 2개의 카드를 맞바꿨다는 식으로 응수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한미 사드 협의가 길어질수록 사드는 먹을 건 없으나 남 주기엔 아까운 ‘계륵’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한미는 순수히 군사적인 관점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월 25일 방송에 출연해 “군사적 관점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美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월 20일 미 국방부에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라고 공개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한미가 이토록 군사적 관점에서 필요성을 주장해 왔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라는 외교 카드에 밀려 현재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유엔에서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사드의 처지는 더욱 곤란해질 전망이다.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에 적극 찬성했는데도 한미간 사드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경우,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대북제재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한미가 사드를 강행할 경우, 또 다른 입장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 29일 주한미군 사드에 대해 “한미가 이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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